코로나로 풀린 유동성 다시 은행으로...상반기 예금 109조 ‘폭증’
코로나로 풀린 유동성 다시 은행으로...상반기 예금 109조 ‘폭증’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0.07.27 10: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은행 수신 108조7000억원 중 107조6000억원이 수시입출식 예금
올해 상반기에 은행권의 수신이 사상 최대 규모로 늘었다. (출처=한국은행)
올해 상반기에 은행권의 수신이 사상 최대 규모로 늘었다. (출처=한국은행)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맹위를 떨쳤던 올해 상반기에 은행권의 수신이 사상 최대 규모로 늘었다. 정부가 통화·재정정책을 통해 시장에 공급한 유동성이 상당 부분 은행 금고로 다시 흘러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은행 수신이 1858조원으로 작년 말 대비 108조7000억원 급증했다. 상반기 기준 은행 수신이 이처럼 빠르게 증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 수신 증가는 코로나19 사태와 상당한 연관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월별로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월에 35조9000억원 급증했고, 3월에 33조1000억원, 5월에 33조4000억원이 늘었다.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된 6월에는 18조6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런 은행 수신의 가파른 증가는 기본적으로 대출 증가와 연동해 보는 시각이 많다.

1월부터 6월까지 은행의 기업·자영업자 대출은 총 77조7000억원이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도 40조6000억원 증가했다.

종합하면 올해 상반기 중 가계·기업 대출이 118조3000억원 늘어나는 사이 은행 수신이 108조7000억원 증가해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소비나 투자보다 예금으로 움켜쥐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은행에서 늘어난 수신의 종류를 봐도 이런 가설이 설득력을 얻는다. 늘어난 은행 수신 108조7000억원 중 107조6000억원이 수시입출식 예금이다. 반면 정기예금은 같은 기간 2조3000억원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급격히 늘어난 수신은 결국 급격히 늘어난 대출과 연동돼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면서 "가계나 기업이나 위기 상황을 맞아 일단 대출을 받아 현금을 확보했지만 막상 쓰지 않고 예금으로 쌓아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유가 있는 기업·가계는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여유자금을 쌓아놓았으나 쓸 일이 없어 그냥 예금으로 쌓아두고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미국 주요 나스닥 기업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것이나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 끓어오르는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라면서 "경기 상황을 볼 때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지만 쌓인 돈이 많으니 특정 자산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상황에서 저축이 급증하는 것은 현재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앞으로 각국의 통화·재정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