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 든 '한국GM 먹튀'….힘 못쓴 산은 도마 위
다시 고개 든 '한국GM 먹튀'….힘 못쓴 산은 도마 위
  • 김예솔 기자
  • 승인 2018.10.2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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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 투입 5개월 만에...불거진 철수 의혹"
이동걸 산은 회장, "아직 투입하지 않은 4000억 지원 안 할 수도"
한국GM이 지난 19일 주주총회에서 R&D 법인분리를 통한 ‘지엠코리아 테크니컬센터’ 설립 안건을 통과시켰다. (사진=연합뉴스)
한국GM이 지난 19일 주주총회에서 R&D 법인분리를 통한 ‘지엠코리아 테크니컬센터’ 설립 안건을 통과시켰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한국GM의 ‘법인분리’가 주주총회에서 가결되면서 이른 바 ‘먹튀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GM은 지난 19일 산업은행의 불참 속에 주주총회를 열어 연구·개발(R&D) 법인분리 안건을 가결시켰다. 이번 안건의 핵심은 인천 부평 본사의 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 파워트레인 관련 부서를 묶어 별도의 R&D 법인으로 떼어내는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법인분리에 대해 ‘먹튀’ 수순으로 보고 있다. 한국GM을 GM의 생산하청기지로 전락시킨 후 사업에서 손을 떼려 할 때 R&D법인만 남기고 공장을 폐쇄하거나 매각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이번 사태는 ‘국내생산 10년 유지’를 조건으로 한국GM에 8100억원의 혈세가 투입된 지 불과 5개월 만에 벌어진 것이여서 덩달아 산업은행의 책임론도 불거졌다.

■ ‘먹튀 논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은 이유

이번에 ‘먹튀 논란’이 일은 것은 GM의 과거 전적 때문이다. 그간 GM은 해외에서 신설된 공장의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당국으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았음에도 즉각 철수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지난 2009년 독일과 2010년 스웨덴 사브 공장에 이어 지난해에는 호주 GM홀덴 공장 철수한 바 있다. 이 중 GM홀덴 공장의 경우에는 호주 당국으로부터 12년 동안 1조7000억원의 지원금을 받았음에도 실적 악화가 지속되자, 디자인센터만 남겨둔 채 생산 공장만 철수했다.

게다가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사실상 한국GM의 ‘법인분리’를 제동시킬만한 장치가 없다는 것도 논란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이유다. 사실상 한국GM의 사업 철수 퇴로를 막을 방도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은은 지난 5월18일 GM과 체결한 기본계약서에서 한국GM의 주요 경영 의사결정에 대한 비토권을 가지게 됐다. 이는 한국GM이 총자산 20%를 초과해 제삼자에게 매각·양도·취득할 때 발휘할 수 있는 일종의 거부권이다.

그러나 당시 체결한 17개 특별 의결사항에는 '회사분할'에 대한 비토권이 포함되지 않아 향후 법인분할에 대한 비토권 행사가 불분명한 상태다. 즉, 산은이 한국GM의 막무가내식 행보를 제동시킬만한 장치가 확보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 산은 책임론 두고 여야 ‘질책’ 이어져

이러한 상황 속에서 22일 산업은행 국감에서는 산은의 대응이 부실했다는 질타가 여야를 막론하고 쏟아졌다.

이날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번 사건은 제2의 론스타 사건으로 생각한다”며 “GM이 지난 5월 산은과 계약을 맺을 때부터 먹튀를 하려고 연구법인 분할을 준비해 왔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은 "산은이 과연 이 사안에서 철저히 대비를 했느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면서 "GM 측은 이 문제가 경영권에 대한 문제이므로 비토권 대상이 아니라고 하는데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질책을 이어갔다.

산은은 이러한 ‘먹튀 논란’에 대한 사실상 근거는 없다며 책임에서 한 발 빼고 있는 모양새다.

이날 이동걸 산은 회장은 한국GM의 '먹튀' 가능성에 대해서는 "산업은행이 출자한 8100억원을 날리고, GM이 투자금을 다 빼간다는 얘기인데, 적어도 철수할 경우 GM도 4조∼6조원의 손실을 보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먹튀를 걱정할 게 아니라 우리와 협조해서 한국GM을 어떻게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들 것인지 몰두해야 된다"며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존속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GM은 경영난으로 올해 사상 1조원의 적자가 예측되는 가운데 노조 측의 파업 가능성과 실적 부진 등으로 정상화에 먹구름이 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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