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자할부’ 사라지나...카드사 ‘수익성 가이드라인’ 내일부터 시행
‘무이자할부’ 사라지나...카드사 ‘수익성 가이드라인’ 내일부터 시행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0.01.30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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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작년 3분기까지 비용 50% 가까이 줄였다
'혜자' 카드, 올핸 실종?...점유율 적은 회사는 도태 우려
내일부터 카드사 경쟁력 제고를 위해 만들어진 ‘카드사 수익성 분석 가이드라인’이 시행된다. (사진=연합뉴스)
내일부터 카드사 경쟁력 제고를 위해 만들어진 ‘카드사 수익성 분석 가이드라인’이 시행된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앞으로 카드 무이자할부가 축소되고 인터넷으로 발급되는 일부 카드를 제외하면 연회비 면제 혜택도 사라질 전망이다. 내일부터 카드사 경쟁력 제고를 위해 만들어진 ‘카드사 수익성 분석 가이드라인’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카드사 CEO와 만난 자리에서 카드사의 고비용 구조를 지적하는 등 다소 강경한 입장을 보여 카드사들은 고혜택 마케팅에 보수적인 자세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사, 작년 3분기까지 비용 50% 가까이 줄였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전업카드사 7곳 (신한, 삼성, KB국민, 현대, 롯데, 우리, 하나카드)의 카드비용은 3조921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6.3% 감소했다. 카드비용에는 모집 비용과 제휴사 지급수수료, 카드발급 비용 등이 모두 포함된다. 작년에 카드사들은 카드 모집인을 일제히 줄여 인터넷을 통한 비대면 발급에 치중했고 부가서비스도 대폭 감축하며 비용 절감에 나섰다.

카드사들의 비용 절감은 올해 더욱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일부터 시행되는 수익성 분석 가이드라인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은 ‘상품을 개발 할 때, 상품에서 기대되는 수익이 상품을 만들 때 드는 비용보다 많아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지난해 1월부터 연 매출 30억원 이하까지 가맹점 우대 수수료가 확대되면서 가맹점들에 대한 수수료율 인하가 대폭 확대된데 있다.

이와 관련 카드사 적자가 우려되자 그 해법으로 내놓은 방안이다.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의 상품 수익성 분석과 내부통제 기준이 자의적이고, 분석·관리도 엄밀하지 않아 손실이 큰 상품이 지속해서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 카드사들은 카드를 만들 때 들어가는 비용보다 수익 큰 상품만 출시할 수 있다. 여기서 비용에는 카드 발급 비용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마케팅과 일회용 마케팅 모두 포함된다. 그러니까 카드사는 앞으로 신상품을 출시하기 위해서라도 마케팅을 줄여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 '혜자' 카드, 올핸 실종?...점유율 적은 회사는 도태 우려

카드업계는 이에 대해 적잖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가이드라인이 시행에 따라 일단 마케팅 비용은 확실히 줄어들 것이라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곧 무이자할부, 연회비 면제 등 결국 고객 혜택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카드사들이 비용을 줄이는 데 주력한 탓에 혜택이 좋은 카드로 인기를 누리던 이른바 ‘혜자’카드들은 작년 들어 줄줄이 사라졌다. 전월 사용액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사용액 1000원 당 최대 3.5마일의 항공사 마일리지를 쌓아주거나, 전월 실적이 30만원만 넘으면 통신비 1만6000원 할인해주는 카드, 영화관 1+1 등의 혜택을 담은 카드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수익성 분석 가이드라인 시행되는 올해엔 더욱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신용카드사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마케팅 혜택과 더불어 신용공여 혜택이 있는데, 이 두 가지 모두 줄어 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으로, 핀테크기업 소액여신(소액대출) 기능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핀테크 업체의 각종 페이가 한참 활성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카드업계 근심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듯 최대 강점을 잃게 된 카드업계 내에선 생존과도 무관치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 점유율이 작은 회사는 더 이상 올라 갈 수 없는 생태계가 형성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후발 카드사는 선발 카드사보다 점유율이 작을 수밖에 없다. 카드사는 살아남으려면 카드 사용액 증가 즉 카드 수익이 증가해야 하는데 이는 결국 회원수가 늘어야 가능한 얘기다. 회원수를 늘리는 방법은 타 카드사들보다 좋은 상품을 만들어서 고객유인을 할 수 있는 ‘키맨’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선점하는 타사와 경쟁해 살아남으려면 불가피한 선택이란 뜻이다. 그러나 마케팅비용을 줄여야하는 상황에선 더 이상 이런 전략을 펼칠 수가 없어지면서 후발주자 카드사는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업 자체가 마케팅 비용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산업”이라며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곳으로 회원 유치가 곧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이드라인의 목적은 ‘카드사의 경쟁력 제고’이고 단기적으로는 그 효과가 날수는 있다. 비용을 줄이면 수익은 당장 나기 때문”이라면서도 “단, 각종 페이가 활성화 되는 상황에서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만큼 카드사는 회원을 잃게 되는 악재가 확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 위원장은 전날 오후 서울 정부청사에서 신용카드·캐피탈사 등 15개 여신전문금융회사 대표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마케팅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면서도 “고비용으로 계속 하다보면 내년, 내후년에도 지속 가능할지 라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레버리지 비율 완화, 마이데이터 사업, 마이페이먼트 사업 등 규제 완화와 신규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을 청취했다. 핀테크 업계에 ‘역차별’ 당한다는 카드업계의 지적에 대해서는 핀테크를 규제하기보다 카드업계에 대한 규제를 풀어 새로운 시장 진입을 독려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작년에 이미 줄일 대로 줄인 상황에서 더 줄이라는 것에 다소 부담을 느낀다”면서 “그럼에도 레버리지 비율 등 카드사에 대한 규제 완화에 대한 측면에서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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