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이어 정의선까지’ 일본行....각자도생 나선 재계 총수
‘이재용 이어 정의선까지’ 일본行....각자도생 나선 재계 총수
  • 김예솔 기자
  • 승인 2019.07.19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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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출규제 보름...재계 총수들 잇따라 일본 출장길 올라"
"국가 차원의 해결책은커녕...사태 심각해지자 각자도생 나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일본에 머물면서 현지 업계 관계자들과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일본에 머물면서 현지 업계 관계자들과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로 한일 갈등이 격화되면서 재계 전반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달 초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인 3개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에 나선 데 이어 조만간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 대상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이 수출규제 조처에 대해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한일 갈등이 ‘강 대 강’ 대치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은 각자도생에 분주한 모양새다. 일본산 핵심소재 수급이 끊길 위기에 직면하자 곧바로 일본으로 날아가 대응책 마련에 힘 쏟고 있다.

이달만 하더라도 벌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이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 일본 다녀온 이재용, 사장단소집 강행군...‘비상체제 가동’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5박 6일 일본 출장을 마친 이후 비상체제 가동에 나섰다.

이 부회장은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도쿄(東京)에 머물면서 현지 업계 관계자들을 연달아 만나 해당 소재의 우회 조달 방안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하면서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2박 3일 체류할 것으로 전해졌으나, 귀국이 늦어지면서 예상보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관측이 재계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이 부회장은 귀국한 다음 날인 13일 반도체(DS)·디스플레이 부문 최고경영진을 소집해 긴급 비상회의를 열었다.

당시 회의에서 비상상황에 대비하라고 지시했으며, 반도체 부품은 물론 휴대전화와 TV 등 모든 제품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도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단기 현안 대처에만 급급하지 말고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의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디스플레이 회의를 시작으로 모바일(IM)·소비자가전(CE) 부문 긴급 경영전략회의를 연다는 계획이다.

이는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할 공산이 커지자,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경우, 첨단소재와 전자 분야를 중심으로 1100개 안팎의 품목에서 일본산 소재 수입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신동빈, 日리스크에 아직까진 ‘침묵’...오는 20일 메시지 내놓나

일찍이 일본 출장길에 오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귀국 이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5일 일본으로 출국해 10박 11일 간의 출장일정을 소화했다. 이는 지난달 26일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참석차 일본을 다녀온 지 열흘 만에 다시 일본 출장길에 오른 것이었다.

이번 출장 기간에 노무라증권과 미즈호은행, 스미토모은행 등 롯데와 거래하는 현지 금융권 고위 관계자와 관·재계 인사들을 두루 만나 현지 기류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본에서 태어난 신 회장은 부친인 신격호 명예회장 때부터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집안과 친분을 쌓아왔다. 일본 정·관·재계와 두터운 인맥을 쌓아온 터라 앞으로 한일 관계의 가교역할을 할지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현재 롯데는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에 직접 연관돼 있지는 않지만, 유니클로나 무인양품과 같이 일본 기업과 합작사가 많아서 양국 간 갈등이 장기화하면 불매운동 등에 따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신 회장이 어떠한 메시지를 내놓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아직까진 일본 수출규제 조처와 관련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 사장단 회의에서 사태와 관련해 입을 열 가능성도 제기된다.

만일 메시지를 전한다면 사장단 회의의 마지막 날인 오는 20일에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정의선, 공급망 점검했을 듯...日 추가보복 대비 선제적 대응

최근 일본 출장을 마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의 행보에도 이목이 쏠렸다.

정 수석부회장은 18일 대한양궁협회장 자격으로 ‘2019 도쿄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일본으로 출국한 것이었다.

공식적으로는 양궁 선수단을 격려하기 위함이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선제적 관리 차원에서 현지를 방문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이 일본 현지 상황을 점검하고, 핵심 소재 공급망을 검토하는 등 잠재적 위험을 관리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현재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품목을 자동차, 기계정비 등까지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의 전기차와 수소차의 주요 소재의 상당 부분이 일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중 수소차의 핵심 기술이자, 수소탱크를 만드는 데 필요한 탄소섬유는 대부분 일본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수출 규제 품목 확대가 현대차그룹에 미치는 타격이 미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는다. 현대차그룹은 일본의 수입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올 초 사우디 아람코와 탄소섬유관련 기술개발에 나섰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국가 차원에서의 해결책이 뒷받침되지 않자, 기업들이 저마다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들이 잇따라 일본행을 택하는 것은, 한일 관계의 경색으로 사태가 해결될 진전이 보이지 않자, 기업별로 자체적인 대비책 마련에 나선 것”이라면서 “지금이라도 대비하지 않으면 사태가 악화될 것이라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행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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