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에서 이재용으로‘ 움직이는 재계...전경련에 쏠리는 눈
’허창수에서 이재용으로‘ 움직이는 재계...전경련에 쏠리는 눈
  • 김예솔 기자
  • 승인 2019.07.05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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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구심점 역할 자처한 이재용...젊은 총수들 챙기기"
"전경련, '재계 대변인' 옛말...존재감 잃은 사령탑 허창수"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2월27일 열린 제58회 정기총회에서 차기 전경련 회장으로 5번째 연임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2월27일 열린 제58회 정기총회에서 차기 전경련 회장으로 5번째 연임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최근 격화된 미중 무역분쟁이 수그러지기도 전에 일본의 수출규제 악재까지 터지면서 재계가 바삐 움직이고 있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사태 해결을 위해 재계 인사들이 직접 나서서 ‘민간 외교관’ 역할을 자처하기에 이르렀다.

■ ‘재계 리더들의 리더’ 등판한 이재용...전경련 빈자리 채우나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내 1등 기업의 총수로서 재계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올 들어 이 부회장은 방한한 글로벌 인사들과의 회담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들 회담에서 중추 역할을 도맡고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의 ‘승지원 회동’과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의 ‘성북동 회동’은 이 부회장의 리더십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들 회동 모두 이 부회장이 주도하면서 젊은 재계 3·4세대들을 살뜰히 챙겼다는 후문이다.

정부와 잦은 소통도 눈에 띈다. 이 부회장은 연초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한 ‘2019년 기해년 신년회’에도 참석했으며, 같은 달 문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경제현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현 정부 임기 중 대통령과 벌써 7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이 부회장의 존재감이 부각된 것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몰락과 무관치 않다. 정부와 재계 간 소통 창구이자, 민간 외교의 주축이었던 전경련이 힘을 잃으면서 재계에는 마땅한 구심점이 없었다.

전경련은 지난 1961년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국내 대기업을 모아 만든 민간경제단체다.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 이전까지는 사실상 ‘재계 맏형’ 노릇을 해왔다.

그러나 비선 실세인 최순실의 케이(K) 스포츠·미르재단 모금을 주도한 게 드러되면서 2016년 이후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이 줄줄이 탈퇴했다. 현재 전경련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 ‘재계 맏어른’ 허창수, 존재감 제로...日외교서 연륜 발휘하려나

이러한 변화 속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다시 존재감을 회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허 회장은 그간 재계에서 총대 메는 역할을 해왔으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뒷방으로 밀린 신세다.

올해 만 70세를 맞이한 허 회장은 지난 8년간 전경련을 이끌었던 잔뼈 굵은 기업인이다. 재계 1·2세대들이 고령 등의 이유로 잇따라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두터운 인맥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여전히 현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 출범 이후 전경련이 해체 수순을 밟으면서 허 회장은 존재감을 잃고 있다. 당정청의 주요 행사에도 초청받지 못하면서 이제는 ‘전경련 패싱’이란 말이 심심치 않을 정도다.

현 정부 들어 허 회장이 전경련 회장 자격으로 청와대 공식행사에 초청된 것은 지난 3월 벨기에 국왕 국빈 만찬이 유일하다.

당시 정부와 전경련과의 관계 회복이 기대되기도 했으나, 청와대 측은 '전경련 패싱' 논란과 관련해 "전경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다만,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해서는 허 회장이 한일 대화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을지 ‘역할론’이 대두된다. 정부가 WTO 제소 외에 별다른 강수를 두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전경련은 일본 재계와 각별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어서다.

일본의 전경련 격인 게이단렌은 그간 전경련과 함께 한일 민간 경제외교의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일찍이 한일 관계 경색에 따른 위기가 우려되자, 허 회장은 지난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B20 서밋에 참여해 나카니시 히로아키 게이단렌 회장과 만나기도 했다.

재계 전문가들은 업계 안팎의 판도가 달라지면서 재계의 소통 창구도 자연스레 변모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재계 관계자는 “주요 그룹 총수들을 한 자리에 모일만한 역량을 가진 기업인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뿐”이라면서 “전경련 위상 추락과 함께 정권교체, 대기업 총수 세대교체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재계의 구심점 역시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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