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무서워 뒤로 밀려났다”...재건축 주민들의 아우성
“집값 무서워 뒤로 밀려났다”...재건축 주민들의 아우성
  • 김예솔 기자
  • 승인 2019.04.05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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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에 이어 잠실5단지도 재건축 지연 항의 시위"
"이제 잠잠해졌는데...또 집값 자극 우려 될 수밖에 "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29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 참여해 재건축 지연에 항의했다. (사진=연합뉴스)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 참여해 재건축 지연에 항의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최근 서울 재건축 사업의 속도가 더뎌지면서 주민들의 아우성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의 재건축 정비계획 심의가 늦어지자, 강남권 주요 단지들이 “재건축 사업을 조속히 촉구해라”며 거리로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서울 내 재건축 사업 지연이 정부의 집값 안정화 의지와 무관치 않다고 분석한다. 자칫 서울시의 재건축 승인으로 일대 집값 상승을 부추기면, 정부의 정책기조와 엇박자를 낼 수 있어서다.

■ “이대론 안 된다”...은마에 이어 잠실5단지도 집단행동 나서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에 이어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주민들도 재건축 촉구를 위한 집단행동에 돌입한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은 오는 9일 서울광장에서 재건축 정상화를 위한 시위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들은 “서울시가 국제설계공모를 하면서 절차 간소화를 약속했지만, 당초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금 부담까지 지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2017년 9월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정비계획에 ‘최고 층수 50층’을 합의하면서 국제현상설계공모를 진행하겠다는 조건을 달았으나, 현재 공모안 확정이 1년이 되도록 지체되고 있다.

조합은 재건축 항의 문구를 적은 현수막을 아파트 외벽에 걸어놓았으며, 이달 9일 1차 시위를 시작으로 오는 5월14일에도 2차 시위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은마아파트 주민들도 서울시청으로 나와 재건축 항의 시위를 전개했다.

이들은 “입주 41년 차인 은마아파트의 주거·안전 여건이 심각한 상황인에도 서울시가 부동산시장 자극 우려 때문에 재건축 심의를 부당하게 지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0년 3월 재건축 대열에 합류한 은마아파트는 ‘층수 49층’을 추진하다가, 서울시의 ‘35층 룰’에 걸려 번번이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후 2017년 말 최고 층수 35층으로 합의해 도계위 문을 두드렸으나, 다시 보류 판정을 받고 현재까지 도계위 소위원회에 재건축안이 계류된 상태다.

이들 두 단지의 조합은 집값 자극에 우려에 서울시가 고의적으로 절차를 치일피일 미루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고려해야될 게 많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도계위 심의를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 “집값 자극될까”...멈춰 선 재건축 사업, 이대로 괜찮은가

업계에서는 이들 단지의 재건축 절차 통과로 주변 집값 폭등이 야기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재건축 사업은 일대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요소로 지목된다. 현재 택지 개발이 마땅찮은 서울에서 개발제한구역 해제 외엔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이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 두 아파트는 강남권 재건축 대장주다. 은마는 4918가구, 잠실5단지 총 3930가구로 이들 단지는 규모 면에서도 ‘대어급’이며, 뛰어난 입지와 주거·교통여건을 자랑하고 있어 집값 상승을 부추길 공산이 크다.

앞서, 서울시가 2017년 9월 잠실5단지 ‘50층 재건축 계획’을 통과시키자마자, 곧바로 일대 집값이 치솟았다. 당시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집값이 하락세에 접어들었지만, 잠실5단지의 견인으로 강남권 일대 매수세가 한 달 만에 살아나면서 서울 전역의 집값이 요동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7월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용산 통개발’ 발언으로 서울 집값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며 여론의 뭇매를 받기도 했다.  

당시 박 시장이 “아파트 재건축이 진행 중인 여의도를 새로운 신도시에 버금가게 만들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고민하겠다”고 말하자, 여의도는 물론이고 잠잠했던 일대 부동산 시장이 들끓었다. 이에 한 달 만에 통개발을 전면 보류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정부의 회심의 9.13 대책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21주째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집값에 자극을 줄까봐 서울시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두 단지뿐 아니라 여의도와 목동 신가지도 재건축 아파트들도 잰걸음을 걷고 있다. 정부의 집값 안정화 기조와 규제 벽에 가로막혀 재건축 사업이 안갯속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재건축 절차를 늦추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사업 지연은 중장기적으로 서울 주택 공급 부족 등 수급 불균형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희소성으로 더욱 아파트값을 오르게 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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