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가 최선인가... 시간이 멈춘 박원순표 서울
방치가 최선인가... 시간이 멈춘 박원순표 서울
  • 김예솔 기자
  • 승인 2019.04.10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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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잠실5단지에 이어 상암 롯데몰·삼성 GBC까지 잰걸음"
"늑장행정 아우성에도 귀 닫는 박원순...방치된 서울 개발 현주소"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은 주민들과 함께 9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재건축을 조속히 이행할 것을 서울시에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은 주민들과 함께 9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재건축을 조속히 이행할 것을 서울시에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 벽에는 ‘박원순 거짓말쟁이’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현수막이 내걸렸다. 이들 단지의 재건축 조합과 주민들은 “서울시의 행정갑질에 주민들만 죽어나간다”고 재건축 인허가 지연에 곡소리를 내고 있다.

이처럼 개발 승인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신경전을 벌이는 곳은 비단 재건축사업에만 한하지 않는다. 몇 년째 지지부진한 인허가 절차에 대형복합시설 건립사업도 지체되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한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 재개발·재건축에 이어 대형복합시설 건립까지 죄다 ‘시계제로’

최근 서울 재건축 최대어인 강남 은마아파트에 이어 송파 잠실주공5단지 주민들도 재건축 정상화를 촉구하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잠실주공5단지 조합은 지난 9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행정갑질 적폐청산 및 인허가 촉구 궐기대회'를 열고 "서울시는 재건축 심의를 즉각 재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잠실주공5단지는 2017년 9월 서울시가 지난 해당 단지의 재건축 정비계획에 ‘최고 층수 50층’을 합의하면서 국제현상설계공모를 진행하겠다는 조건을 달았으나, 현재 공모안 확정이 1년 넘도록 지체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주민들도 서울시청으로 나와 재건축 항의 시위를 전개했다.

2010년 3월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고 사업 추진에 나선 은마아파트는 ‘층수 49층’을 추진하다가, 서울시의 ‘35층 룰’에 걸려 번번이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후 2017년 말 최고 층수 35층으로 합의해 도계위 문을 두드렸으나, 다시 보류 판정을 받고 현재까지 도계위 소위원회에 재건축안이 계류된 상태다.

이들 조합들은 현재 서울시가 일대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재건축 사업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8월 말 박 시장은 ‘용산·여의도 통합개발’ 발언을 한 이후 일대 집값이 폭등하자, 마스터플랜 발표를 철회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현재까지 이 일대 개별 재건축 사업은 무기한 보류된 상황이여서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개발 인허가를 두고 서울시와 갈등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정비사업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롯데그룹의 마포 상암동 롯데몰과 현대차그룹의 강남 삼성동 GBC 개발사업도 각각 6년째, 5년째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내로라하는 노른자 땅에 건립되는 이들 사업 역시 개발 인허가가 순탄치 않으면서 애를 먹고 있다.

롯데는 2013년 4월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 내 복합쇼핑몰을 지으려고 약 2000억원에 땅을 매입했지만, 서울시는 인근 상인들과의 상생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롯데의 개발 계획안에 대해 심의 ‘부결’ 처분을 내렸다.

급기야 지난달 롯데 측은 해당 개발 계획안의 인허가를 촉구하는 공문을 서울시에 보내기에 이르렀다. 만일, 원안대로 인허가가 불발되면 부지를 환매하겠다는 내용도 공문에 실었다. 끝내 땅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최후의 통첩’을 날린 셈이다.

현대차의 GBC 부지도 수년째 방치된 상태다. 2014년 9월 한국전력으로부터 10조원의 땅을 매입했지만, 환경영향평가 등 서울시의 심의 문턱 등에 막혀 한 동안 사업 진전이 더뎠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말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 통과로 착공까지 9부 능선을 넘었으며, 현재는 서울시의 각종 인허가 절차만 마지막 관문으로 남겨둔 상황이다.

이르면 올해 말에는 착공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나, 당초 목표보다는 3년가량 지연되는 셈이다.

■ 방치가 최선?... 골목길 재생에 밀려난 4차 산업시대 도시경쟁력

오히려 서울시는 이러한 원성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이들 사업 지연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검토 중"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할 뿐, 구체적인 후속조치와 묘안은 감감무소식이다.

이처럼 서울시가 개발 승인에 소극적인 것은 현 정부의 집값 안정화 기조와 무관치 않지만, 그 밑바탕에는 부유층과 소수 대기업의 개발사업을 일종의 특혜로 바라보는 편중된 시각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은 고밀도 주거개발에 난색을 표하며, 자신을 향한 재건축·재개발 민원에 대해 쓴 소리를 내기도 했다.

지난 8일 박 시장은 '골목길 재생 시민 정책 대화' 행사에서 "과거의 뉴타운, 재개발 사업 때문에 (건물이) 끊임없이 높아져 우리가 길을 가다가 다 이렇게 (위로) 보고 다녀야 한다"며 "사람들이 개미구멍처럼 (집에) 찾아 들어가면 옆집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이것이 서울의 미래이고 우리의 행복한 삶을 보장하는 것이냐"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은마·잠실5단지 등 재건축 단지들이 서울시를 상대로 재건축 인허가를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날 박 시장은 '한 달 강북살이'를 언급하며 "옛날 쌀집, 이발관, 전파상 이런 것이 싹 없어지고 길가에 있는 프랜차이즈, 대형마트로 다 갔다"고 지적하면서 "전 세계 불평등, 99대 1의 사회를 만든 원천이라는 깨달음을 가졌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여기서 문제는 사업지연에 대한 손실은 고스란히 시민과 기업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재건축 주민들에게 노후 아파트는 여간 골칫덩어리가 아니다. 낡은 배관과 주차문제 등으로 열악한 주거환경은 물론, 구조안전 문제로 안전문제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해 1월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하면서 조합들은 재건축 단계를 단축시켜 환수금 부담을 최소화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서울시의 인허가 지연에 부담금까지 불어날 판국에 처했다.

롯데와 현대차의 경우에도 사업이 수년째 표류하면서 이자 비용 등 누적 손실액만 수 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싸라기 땅이 흉물로 전락하면서 일대 상권들도 활력을 잃은지 오래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도심 내 개발사업이 장기간 방치되면 서울의 도시경쟁력까지 퇴보할 수 있다고 제언한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와 같은 글로벌 대도시들은 고밀도 수직개발을 택하지만, 서울은 집값 잡기와 이념에 사로잡혀 내딘 사업마저 지지부진한 꼴”며 “서울시의 도시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계획 아래 새 인력과 인프라를 꾸준히 채워나가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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