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융자 금리인하 압박 현실화...증권사, 단기 악재 ‘불가피’
신용융자 금리인하 압박 현실화...증권사, 단기 악재 ‘불가피’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0.10.05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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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미래에셋·대신증권, 신용융자 금리 일제히↓
지난해 신용공여 이자 수익 기여도 1위 '키움증권'
증권사, 신용융자 금리 0.5%만 낮춰도 100억원대 수익감소
최근 대신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지난달 말부터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낮추기 시작했고, 이밖에 다른 증권사들도 금리를 인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논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대신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지난달 말부터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낮추기 시작했고, 이밖에 다른 증권사들도 금리를 인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논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증권사들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내리거나 인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금리산정 방식을 변경하는 등 금융당국의 신용거래융자 금리인하 압박 현실화가 임박하자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모양새다. 이러한 신용공여 이자율 인하는 리테일 의존도가 높은 증권사일수록 이익 감소가 클 것이란 예상과 함께 증권주에는 단기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증권가 일각에서 나온다.

삼성·미래에셋·대신증권, 신용융자 금리 일제히↓...다른 증권사들도 내부 검토 들어가

대신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지난달 말부터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낮추기 시작했고, 이밖에 다른 증권사들도 금리를 인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논의하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대신증권은 지난달 28일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일제히 내렸다.

삼성증권은 9월 28일부터 비대면 고객을 대상으로 신용거래기간 7일 이하를 제외한 15·30·60·90일 모든 구간에서 이자율을 0.7~1%p 가량 인하했다. 15일 이하인 경우 기존 8.5%에서 7.6%로, 90일 초과일 경우 원래 10.6%였으나 9.9%로 인하했다.

대신증권도 같은 날부터 다이렉트 계좌에 대해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기존 10.5%에서 9.5%로 인하 적용하기 시작했다. 미래에셋대우도 이날부터 영업점 외 계좌(다이렉트 계좌)에 대한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기존 9.0%에서 8.5%로 낮췄다.

이 밖에 증권사들도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인하하는 쪽으로 무게를 두고 내부 검토 단계에 들어갔다.

키움증권은 늦으면 내달 초까지 금리 인하율과 기간 등을 결정해 투자자들에 공지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은 신용융자 금리 인하율과 관련해 이르면 이번주 내 결정을 마치고 투자자들에게 알릴 예정이며, 하나금융투자는 온라인 고객 대상으로 신용융자 이자율을 얼마나 인하할지 이달 중에 결정할 계획이다.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대다수 증권사가 신용융자 금리를 내리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라며 “이달 안에 대부분 내리는 것으로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증권주에 단기 악재로 작용”...금리 0.5%만 낮춰도 100억원대 수익↓

증권사들이 일제히 신용거래융자 금리인하 태세로 접어든 것은 최근 금융당국의 금리인하 압박이 현실화한 것에 기인한다. 일각에서는 신용공여 이자율 인하로 증권사들의 이익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와 함께 증권주에는 단기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금리산정 방식을 개선한다고 지난 4일 밝혔다.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사실상 '깜깜이' 금리 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 증권사들은 금투협의 모범 규준에 따라 회사별로 이자율을 산정하고 있는데, 이 모범 규준은 조달금리와 가산금리를 구분한 뒤 각 회사가 '합리적 기준'에 따라 산정하라고만 돼 있어 투자자들이 증권사들의 구체적인 금리 산정 기준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기준금리를 매달 산정해 대출 금리에 반영하고 대출금리 정보를 대출 차주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번 개편안은 오는 11월부터 적용된다.

금리산정 방식이 투명화·객관화될 경우 기준금리·시중금리 인하분 반영 등으로 신용융자 금리도 일정 부분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신용융자 잔고가 17조원대까지 불어나며 이익을 거둬들였던 증권사들에는 수익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KB증권이 분석한 ‘신용이자 수익 기여도 및 이자율 인하 영향’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신용공여 이자 수익이 가장 컸던 곳은 키움증권이었다. 키움증권의 신용공여 이자의 작년 별도 기준 세전이익 기여도는 44.1%로 가장 컸고, 이어 미래에셋대우 39.3%, 삼성증권 33.9%, NH투자 28.3%, 한국투자 17.5%, 메리츠 6.4% 등이었다.

만약 신용공여 이자율을 0.5%포인트(p) 인하할 경우 연간 기준으로 ▲삼성증권 160억원 ▲미래에셋대우 188억원 ▲한국투자증권 133억원 ▲NH투자증권 131억원  ▲키움증권 95억원 ▲메리츠증권 24억원의 이자 수익 감소가 예상된다.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금리 개선방안이 결국 증권사들의 이자마진 하락과 이어지면서 증권주에 단기적인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개선방안은 단순히 증권주의 투자심리를 악화시킬 뿐 아니라, 최근 호조세인 이자이익 증가율을 둔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금융업종 내에서 강세를 유지하던 증권주에 단기적인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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