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공매도 규제' 카드 만지작...전문가들 “근본적 해결이 우선”
금융당국, '공매도 규제' 카드 만지작...전문가들 “근본적 해결이 우선”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0.03.0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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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금융위,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 도입 두고 ‘온도차’
다수 전문가 “공매도 규제, 자본시장 퇴보의 길...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현명”
금융감독원이 최근 시가총액이 일정 수준 이상인 종목만 공매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최근 시가총액이 일정 수준 이상인 종목만 공매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금융감독원이 최근 시가총액이 일정 수준 이상인 종목만 공매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공매도가 시장교란을 일으켜 개인투자자들의 손해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다시 제기되자 내놓은 처방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를 두고 금융위원회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공매도를 규제하는 것은 오히려 ‘퇴보’의 길로 가는 것이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규제보다는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오히려 개인투자자들이 제기해온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제언한다.

금감원·금융위,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 도입 두고 ‘온도차’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홍콩처럼 공매도 가능 종목을 일정 기준에 따라 지정하는 ‘공매도 가능종목 지정’ 제도 도입과 관련해 금융위원회와 논의 중에 있다.

공매도는 ‘없는 것을 판다’는 뜻으로,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사서 되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빌려와 매도하는 차입공매도는 허용되지만 빌려온 주식 없이 매도부터 먼저 하는 무차입공매도는 금지한다. 홍콩도 이와 유사하다.

그간 증시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공매도를 비판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있었다. 공매도가 주가 조작에 이용 되는 등 불공정거래를 야기한다는 이유다. 특히, 2018년 4월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에 따른 소위 '유령주식' 사태 이후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금감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윤석헌 원장이 홍콩식 공매도 제도를 검토해볼 만하다고 입장을 밝힌 이후 해외 사례를 검토했고 시총 등 규모별로 공매도 가능종목을 지정하는 방안이 실효성이 가장 높다고 결론 내렸다.

중·소형주는 대형주와 비교해 자금력이 부족한 개인 투자자 거래 비중이 높고 공매도 제한으로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상대적으로 작아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를 추진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홍콩은 시총이 30억홍콩달러(약 4700억원) 이상이면서 12개월 시총 회전율이 60% 이상인 종목 등을 공매도 가능종목으로 지정해 허용하고 있다. 홍콩거래소가 수시로 지정 종목을 점검해 변경한다.

금융위는 최근 은성수 위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다"고 말한 만큼 검토해 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동안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 제고에 공매도 정책의 초점을 맞춰온 만큼 홍콩식 공매도 가능종목 지정 제도 도입에는 아직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편이다.

다수 전문가 “공매도 규제, 자본시장 퇴보의 길...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현명”

금융투자업계 시장전문가 다수는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에 대해 자본시장이 발전이 아닌 ‘퇴보’의 길로 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또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공매도를 규제할 게 아니라 오히려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올려주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일 수 있다는 제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시장전문가는 “공매도 규제가 수면위로 계속해서 오르는 것은 공매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 같다. 공매도는 시장교란보다는 시장 안정화 장치로 작용하는 순기능이 훨씬 높은 제도”라면서 “공매도를 규제 할수록 버블 후유증은 훨씬 커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제도라는 게 규제는 쉽지만 다시 풀리는 것은 쉽지 않다. 공매도를 규제하는 것은 국내 증시가 발전 방향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퇴보의 길을 걷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가는 “금융당국은 공매도의 부정적인 측면만 보면서 규제만 할 게 아니라 순기능도 따져봐야 하고 규제에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 파악과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테면 특정 증권사에 약간의 자금적 지원이나 인센티브제를 도입해 개인투자자의 대주거래를 활성화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 공매도를 이용할 사람은 이쪽으로 유도하는 게 오히려 개인투자자들이 제기하는 점들을 효과적으로 해소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공매도는 주식시장에서의 거래량을 늘리는 데 기여하고, 과대 평가된 주식의 거품을 빼는 등의 순기능이 있다. 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제'를 도입하고 있다.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제는 공매도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해서 주가가 크게 떨어진 종목을 골라내 다음 날 하루 동안 공매도를 제한하는 제도이다. 또한 공매도 관련 공시 요구 수준도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과 비교해 훨씬 높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공적 성격의 금융회사를 만들어 개인에게도 주식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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