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의 꿈’은 어디로...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사업 ‘비상’
‘2조원의 꿈’은 어디로...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사업 ‘비상’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0.07.07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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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 “나보타, 관세법 위반 불공정경쟁의 결과물”...美 수입 10년 금지
대웅제약, 에볼루스와의 2억9000만 달러 ‘나보타 계약’ 향방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ITC)는 6일(현지시간)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판정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ITC)는 6일(현지시간)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판정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톡신 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보툴리눔 제제 균주 기술탈취’ 전쟁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웅제약의 ‘나보타 매출액 2조원’ 포부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사라지는데다 회사 신뢰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7일(한국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ITC)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판정했다. ITC는 대웅제약의 '나보타'에 대해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불공정경쟁의 결과물이라며 10년의 미국내 수입 금지명령을 내렸다.

메디톡스는 지난 2016년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를 도용했다’며 대웅제약을 상대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06년 메디톡스는 보툴리눔톡신 제제 ‘메디톡신’을 시장에 내놓았고, 이후 2014년 대웅제약이 보툴리눔톡신 제제 나보타를 출시했다.

길고도 지루했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전쟁에서 ITC의 예비판결로 승기는 메디톡스가 가져간 것으로 점쳐진다. ITC는 예비판결에서 내린 결론을 최종판결에서 뒤집은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이 사실상 마지막 판결이 될 것이란 추측이 지배적이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ITC의 판결과 관련해 ‘사이언스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라는 보고서에서 “메디톡스가 시련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과학에 대한 신뢰와 적어도 그 데이터만을 놓고 판단을 받는다면 충분히 승소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은 지난 2013년 9월 미국의 미용적응증 제품 판매에 특화된 기업인 에볼루스(Evolus)와 나보타 수출계약을 맺었다. 양사는 제품 출시 후 5년마다 자동연장을 조건으로 계약금 2억8979만2500달러에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나보타는 지난해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품목 허가를 승인받은 후 5월부터는 ‘주보’라는 이름으로 미국 시장에서 판매를 개시했다.

대웅제약의 지난 1분기 나보타의 매출액은 151억원으로 전년 동기(55억원)보다 약 174% 증가했다. 매출액 가운데 136억원(90%)이 수출 물량이었다. 당초 대웅제약은 미국 시장 진출을 기점으로 향후 5년간 2조원의 매출을 목표로 삼았는데 올 들어서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약 4조원이며 이 중 미국 보톡스 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인 2조원대로 추산된다. 대웅제약의 미국 시장 진입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몰린 것은 경쟁사가 많지 않아 점유율 확보가 어렵지 않다는 점이었다. 미국에서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시판하는 기업은 엘러간, 입센, 멀츠 등 3곳이다.

하지만 ITC의 최종판결에서도 예비판결과 같은 판단이 내려질 경우 미국 수출이 사실상 금지되면서 대웅제약의 매출액 2조원의 꿈이 현실화하는데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회사의 신뢰도에 타격을 입게 돼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등에서도 보툴리눔 톡신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ITC의 최종판결에서 예비판결 결과가 뒤집히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대웅제약이 합의에 도출하지 못할 경우 미국에서 톡신을 판매할 수 없게 되며 이에 대해 에볼루스와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진단했다.

대웅제약은 지난 2013년 9월 미국의 미용적응증 제품 판매에 특화된 기업인 에볼루스(Evolus)와 나보타 수출계약을 맺었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대웅제약은 지난 2013년 9월 미국의 미용적응증 제품 판매에 특화된 기업인 에볼루스(Evolus)와 나보타 수출계약을 맺었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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