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개선 논의 개인·기관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 추진, 10여개 글로벌IB 전수조사
한투연, 7일 국힘 당사 앞 공매도 집회는 예정대로 진행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내년 상반기 말까지 국내증시에 상장된 모든 종목의 공매도가 전격 전면 금지된다. 공매도 제도개선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1400만 개인투자자 신뢰 회복을 목표로 이전과는 달리 전향적인 태세전환에 나선 가운데 시장참여자 사이에선 예상대로 '극과 극'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 '기울어진 운동장', '불공정거래' 칼 빼든 당국
금융당국은 휴일인 지난 5일 임시 금융위원회를 열고 ‘공매도 전면 금지안’을 발표했다. 이번 금지안은 코스피와 코스닥, 코넥스 전 종목에 해당하며, 이전과 마찬가지로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 등의 차입공매도는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정부 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무력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증대되면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시장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고, 관행화된 불법 공매도 행위가 시장의 안정과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하시킬 엄중한 상황이란 판단하에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고 전향적인 제도개선을 추진할 것"이라며 "공매도 금지 기간에 공매도 제도 전반을 손보겠다"고 밝혔다.
현재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부정적 인식은 팽배하다. '주가하락 주범'으로 꼽히는데다 외국인과 기관에만 특혜를 주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 지난달 국내증시가 약 12.5% 하락하며 주요 20개국(G20)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자 투자자 원성이 더 커진 실정이다.
또한 최근 금감원이 BNP파리바와 HSBC의 대규모 불법 무차입 공매도 사례를 적발하고 글로벌 IB 전수조사에 착수해있는 점도 논란이며, 국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매도 제도 개선’ 국민청원 동의도 5만명을 넘어선 바 있다.
금융당국은 개인과 외국인·기관 거래 차등조건(담보비율, 상환기간)의 개선을 적극 검토하고, '공매도 전산화', 무차입 공매도 실시간 차단 시스템 대안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날 20명의 인력으로 구성된 공매도 특별조사단을 통해 글로벌IB를 전수조사하고 추가 무차입(불법) 공매도 적발시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한다고 전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 같은 발표에 환영하며 제도개선 방향 및 앞으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을지 촉각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정의정 한투연(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적극 환영한다. 공매도 한시 금지를 시작으로 개인투자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이 개혁 차원의 대수술을 통해 공정이 숨쉬는 자본시장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에 따르면 한투연은 오는 7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공매도 금지 촉구 촛불집회'를 예정대로 진행한다.
■ 평행선 수준인 시차..."'총선용 이벤트' 아니길"
다만 시장 일부와 증권업계에서는 공매도 전면 금지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시점과 맞물려 정책적 판단보다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시선도 제기된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가 한국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네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에서 선진국 지수로 이동할 가능성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보도했다.
관련해 국내 증권사 한 관계자는 "공매도는 시장의 가격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전면 금지는 과한 조치가 아니었나 싶다"며 "MSCI 선진국 지수 편입도 당분간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리고 오늘 시장을 보면 2차전지 등 시장이 폭등하고 있는데, 고점에 물리는 투자자들이 속출하 수도 있을 것"이라며 "가격변동성 완화를 위해서는 공매도의 역할이 이런 시점에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례로 이날 오전장에서 에코프로가 전 거래일 대비 29.98% 오른 82만8000원으로 상한가를 치는 등 공매도 잔고가 많은 종목이 급등세를 나타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분석도 대체적으로 일치한다. 최근 '공매도 규제효과' 보고서는 가격효율성 저해, 주가 변동성, 극단적 수익율 발생빈도 증가 등을 고려해 전면금지와 같은 극단적인 접근방식보다는 그 기능을 유지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처럼 국내증시 공매도를 둘러싼 시각 차이는 주요 시장참여자별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국내증시 공매도 전면금지는 2008년 금융위기 기간(2008년 10월 1일~2009년 5월 31일),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 기간(2011년 8월 10일~2011년 11월 9일), 2020년 코로나19 확산 시기(2020.3.16~2021.5.2)에 이어 이번이 사상 네 번째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금융당국이 투자자 신뢰 회복 의지가 강한 것으로 비춰지고 있어, 앞으로의 관건인 구체적인 제도개선 방안에 시장의 시선이 집중될 전망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상당기간 현재 공매도 제도와 관련해 '약탈적' 내지 '경제적 살인마', '글로벌 맛집'이라고 지적해왔다.
개인투자자가 금융당국에 바라는 주요 개선사항은 ▲공매도 상환기관 90일 통일 ▲담보비율 130% 통일 ▲무차입 공매도 적발 시스템 구축 ▲공매도 전면 금지 대상에 시장조성자 포함 등이 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총선용 이벤트로 지나간다면 오히려 거대한 민심 역풍이 불 것"이라며 "비상대책 TF(태스크포스)를 꾸리고 금융당국과 전문가와 개인투자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협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