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할 때인데...한진家 분쟁에 우려 섞인 시선
뭉쳐야 할 때인데...한진家 분쟁에 우려 섞인 시선
  • 김예솔 기자
  • 승인 2019.12.24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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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남매간 경영권 다툼 '수면 위'
대내외 악재에 깊은 수렁 빠질까 우려
조양호 회장 유족들과 특수관계인의 한진칼의 지분 합계는 28.94%다. (사진=연합뉴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유족들과 특수관계인의 한진칼의 지분 합계는 28.94%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한진그룹에 또다시 전운이 감돈다.

대한항공은 고(故) 조양호 회장의 별세, 일본 불매운동에 따른 항공수요 급감, 항공사 간 과잉 경쟁 등으로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매간 경영권 분쟁까지 현실화되면서 난기류를 맞닥뜨린 모습이다.

재계에서는 갖은 악재가 덮치면서 대한항공마저 깊은 수렁에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이 쏟아진다.

■ 조현아의 ‘반기'...조원태 경영권 방어 ‘안갯속’

이번 한진그룹 남매의 난은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선전포고로부터 발발됐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23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선친인 고(故) 조양호 회장의 뜻과 다르게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며 반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끝으로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는 뜻이 같은 주주들과 협력해 경영권에 도전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물론 조 전 부사장이 그룹 총수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보기는 어렵지만, 내년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원태 회장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조원태 회장이 한진칼 대표이사 임기가 내년 3월이라는 점에서 제동은 확실히 건 모습이다.

한진그룹은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통해 대한항공과 진에어, 정석기업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만일 조원태 회장이 주총에서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할 경우, 그룹의 실질적 지배권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조양호 회장 유족들과 특수관계인의 한진칼의 지분 합계는 28.94%다. 조원태 회장이 6.52%를 갖고 있으며, 조현아 전 부사장이 6.49%, 조현민 전무는 6.47%, 이명희 전 이사장은 5.31%를 보유 중이다. 그 외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은 10.0%, 반도건설 계열사와 국민연금은 각각 6.28%, 4.1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오너 일가에 대한 도전장을 내밀기도 한 2대 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지분은 17.29%다. 1년 만에 지분을 14.98%에서 2.31%포인트로 늘렸다.

이같이 외부 적대 세력의 크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오너 일가의 내분으로 경영권 판도가 안개 속으로 들어간 것 자체가 '고 조양호 전 회장의 유훈'을 받들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재계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 대내외 악재 휩싸인 대한항공...“지금 힘을 합해야할 때”

이미 한진그룹 안팎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쏟아진다. 대한항공이 허리띠를 졸라매기도 급박한 시점에서 경영권 분쟁이 터져서다.

대한항공은 급기야 무급휴직에 이어 희망퇴직을 받는 등 6년 만에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연말 임원 정기인사에서는 임원 20%를 줄이는 조치까지 내렸다. 그만큼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것을 방증한다.

올해 3분기 대한항공을 제외한 모든 항공사가 불황과 과잉 경쟁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통상 3분기는 항공수요가 많아 성수기로 꼽히지만, 모두 수익성 악화로 직격탄을 맞았다. 그나마 선방한 대한항공이지만, 업황 불황에 향후 실적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경영난이 한진그룹의 리더십 공백기에 벌어졌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조양호 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한 이후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뤄지면서 대한항공의 체질개선이 다소 늦춰졌다.

이미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면서 한진그룹은 포트폴리오 재편 등 굵직한 결정을 내리기 힘든 상황에 놓였다.

재계에서는 조원태 회장이 조현아 전 부사장을 접촉해 설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선 조 전 부사장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만큼 내부 협의로는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조양호 일가 모두 지금 뭉쳐야할 때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총수 일가가 주주총회를 앞두고 분란이 장기화되게 냅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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