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재계 결산] 경영인 1·2세 저물고, 젊은 총수시대 가속
[2019 재계 결산] 경영인 1·2세 저물고, 젊은 총수시대 가속
  • 김예솔 기자
  • 승인 2019.12.31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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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거목' 대우 김우중·LG 구자경 잇따라 별세
'세대교체 가속'...3·4세대 경영인 재계 주축으로 급부상
그룹을 일궈온 재계 거목들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거나 별세하면서 젊은 총수들이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룹을 일궈온 재계 거목들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거나 별세하면서 젊은 총수들이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올 한해는 재계의 세대교체가 가속화됐다.

한국경제를 이끌었던 1·2세대 경영인들이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별세했다. 이로 인해 3·4세대 경영인들이 빈 자리를 채우면서 새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 재계 큰 별 지다...박용곤·조양호·김우중·구자경 잇따라 비보

올해 재계에는 비보가 끊이지 않았다. 재계의 거목으로 불리던 1·2세대 경영인들이 연이어 세상을 떠났다.

먼저 ‘재계 큰 어른’으로 통하던 박용곤(87)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3월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박 명예회장은 고(故)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1963년 동양맥주 평사원으로 그룹에 몸담은 이후, 18년 만에 두산그룹 회장직에 올랐다. 회장 재임 시절 대표사업이었던 OB맥주 매각을 추진하는 등 획기적인 체질 개선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이 같은 조치에 힘입어 두산그룹은 2000년대 한국중공업, 대우종합기계, 미국 밥캣 등을 인수하면서 소비재 기업에서 산업재 중심의 글로벌 기업으로 변모하게 됐다.

이어 조양호(70)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4월 8일 숙환으로 갑작스럽게 타개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회장의 장남으로 1974년 대한항공에 첫발을 디딘 이후 국내 항공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을 일궈낸 인물이다. 대한항공은 1970년대 태평양·유럽·중동에 하늘길을 열며 국가 산업 발전에 견인했으며, 1980년대에는 서울 올림픽 공식 항공사로서 세계를 누볐다. 2000년대 들어서는 조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세계적인 항공사 반열에 올라서기도 했다.

이달에는 9일 김우중(83) 전 대우그룹 회장이, 14일에는 구자경(94) LG그룹 명예회장이 영면에 들어갔다. 

김 회장이 설립한 대우그룹은 1980년대부터 1990년대 말까지 급격히 성장하며 재계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41개 계열사, 396개 해외법인을 거느리면서 자산으로 삼성과 LG를 앞지르기도 했다. 특히, 김 회장은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해 대우그룹을 '신흥국 출신 최대의 다국적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고인이 남긴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명언은 지금까지도 경영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그러던 중 대우그룹은 1999년 부도를 맞이하게 되고, 결국 모든 그룹 계열사가 해체 수순을 밟는다.

구 명예회장은 LG그룹 창업주인 고(故) 구인회 회장의 장남으로, 1970년부터 1995년까지 25년간 그룹을 이끌어왔다. 회장으로 취임할 당시 연간 매출 270억원이었던 LG그룹을 15년 만에 매출 68조원으로 대기업으로 키워냈다. 전자·화학·통신산업의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 3·4세대 젊은 총수들의 등판...구광모·박정원·조원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3·4세 총수들의 등판이 이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월 LG·한진·두산 등 주요 대기업의 총수를 새로 지정했다.

우선 공정위는 LG그룹의 총수를 구광모(41) 회장으로 변경했다. 지난해 5월 타개한 구본무 회장의 자리를 채운 것이다. 이로써 창업주 구인회 전 회장, 구자경 명예회장, 구본무 회장에 잇는 4세대가 공식적으로 총수직에 올랐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박정원(57) 회장을 두산그룹 총수로 지정했다. 박정원 회장은 지난 3월 별세한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박두병 창업주의 계보를 잇는 그룹 4세 경영인이다.

이들은 공정위가 1987년 동일인 지정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지정한 4세대 총수다.

아울러, 공정위는 조원태(44) 한진칼 회장을 한진그룹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조원태 회장은 조중훈 창업주의 손자로, 경영 3세에 해당한다.

부친인 조양호 회장이 3월 별세하자,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조원태 회장을 한진칼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조원태 체제’를 공식화했다.

앞서, 공정위는 작년 30년 만에 삼성그룹의 총수를 이재용(51) 부회장으로, 롯데그룹 동일인을 신동빈(64) 회장으로 직권 변경한 바 있다. 기존 동일이었던 삼성 이건희(77) 회장과 롯데 신격호(97) 명예회장 건강악화로 경영권을 온전히 행사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총수의 세대교체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일찌감치 물망에 올랐다. 정의선(49)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은 정몽구(81) 회장의 와병으로 지난해 9월부터 그룹의 실질적인 경영을 맡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별세와 건강악화로 1·2세 총수들이 경영권을 내려놓으면서 재계에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가장 큰 과제는 3·4세들이 제 실력을 입증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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