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 끝" 상당수 증권사 CEO 세대교체 칼바람
"한 시대 끝" 상당수 증권사 CEO 세대교체 칼바람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3.11.24 20:4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리스크 관리, 내부통제 중요"
여의도 증권가. 사진=화이트페이퍼
여의도 증권가. 사진=화이트페이퍼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증권가에 유례없는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과 불공정거래 등 각종 사건사고에 휘둘렸던 업계가 새로운 변화를 준비해야 하는 전환기에 놓여있다는 점이 상당수 증권사 CEO의 연임이 예년과 달리 녹록지 않을 것이란 관측을 뒷받침한다. 

■ 임기 대거 만료, 불투명 상당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12곳의 CEO 13명 임기는 올해 말과 내년 3월 사이에 만료된다.

KB증권의 박정림·김성현 대표와 신한투자증권 김상태 대표, 김병영 BNK투자증권 대표는 연말(12월 31일) 끝나고, 하이투자증권 홍원식 대표는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까지다. NH투자증권 정영채 대표(내년 3월 1일), 삼성증권 장석훈 대표(3월 18일), 대신증권 오익근 대표(3월 31일), 김신 SK증권 대표(3월 30일), 교보증권 박봉권 대표(3월 21일), 곽봉석 DB금융투자 대표(3월 29일), 한양증권 임재택 대표(3월 31일) 등이다.   

하이투자증권 홍원식 대표의 연임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이투자증권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꺾기' 의혹과 해임한 김진영 투자금융총괄 사장의 '아들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에서 문제가 크게 불거진데다 지주사인 DGB금융그룹도 회장 교체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DGB금융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태오 회장 후임 인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불완전판매 관련 금융당국의 최종 징계도 변수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박정림 대표에 기존 금융감독원 제재인 문책경고보다 한 단계 높은 직무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사전 통보한 반면 같은 문책경고를 받은 정영채 대표와 대신증권 양 부회장의 징계 수위는 같은 통보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책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은 금융회사 임원은 임기 만료 이후 연임이 금지되고 향후 3∼5년 동안 금융회사 임원으로 재취업할 수 없다. 당초에는 이들 CEO의 징계 수위 감경이 가능한지가 관심사였는데 오히려 징계 수위를 올리는 사전통보가 이뤄진 상황으로, 결과는 이달 29일 정례회의에서 확정될 전망이다. KB금융지주가 양종희 신임 회장 시대를 열면서 김성현 대표 거취도 주목된다.

키움증권은 황현순 대표도 거취가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라덕연 사태에 이어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까지 올 들어 두 차례나 주가조작 사건에 휩싸인 키움증권은 황 대표가 책임지는 차원에서 사의를 표명했으나, 키움 이사회가 결정을 보류한 상태다. 다만 증권가에선 황 대표 사임은 불가피한 수순으로 엄주성 전략기획본부장 부사장 등을 후임자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리스크 관리와 실적 모두 양호했다고 평가받는 곳은 그룹 인사 변수는 있지만 재신임 가능성이 높다고 거론된다. 삼성증권 장석훈 대표, 신한투자증권 김상태 대표, 대신증권 오익근 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왼쪽부터)삼성증권 장석훈 대표, 신한투자증권 김상태 대표, 대신증권 오익근 대표, 미래에셋증권 김미섭 신임 대표(부회장), 한국투자증권 김성환 신임 대표, 메리츠증권 장원재 신임 대표. 사진=각 사  

■ "영업통 시대 저무는 느낌도" 

업계에서는 '새 먹거리를 찾을 새 얼굴을 찾을 적기'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연쇄 물갈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근거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달 미래에셋증권의 세대교체를 시작으로 지난 20일 메리츠증권, 전날 한국투자증권까지 세대교체 성격의 인사를 속속 단행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 몇 년 대부분 증권사들이 PF로 수익을 냈는데 지금은 새 시장 찾고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교체하는 곳은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이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영업통 시대가 끝나는 것 같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래에셋증권은 창업멤버인 최현만 회장이 용퇴하고 김미섭 부회장이 후임 자리에 올라 1997년 창업 후 26년 만에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김미섭 부회장은 1968년생으로 글로벌통, 기획통으로 불린다. 1994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미래에셋자산운용에 합류해 미래에셋캐피탈, 미래에셋투신운용 기획실을 거쳐 미래에셋자산운용 해외법인 대표를 맡았다. 이후 2015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를 역임한 뒤 2021년부터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 사업총괄을 맡았고 작년부터는 미래에셋증권 사내이사 자리에 오른 바 있다. 

메리츠증권은 메리츠금융지주의 지주 중심 경영체계 구축 방침에 따라 작년 4연임에 성공해 임기가 남은 최희문 부회장이 그룹운용부문장으로 이동하고 1967년생인 장원재 사장이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자리를 이어받게 됐다. 장원재 대표는 서울대 수학과 학사 석사를 거쳐 미국 미네소타대 수학과 박사 과정을 밟았다. 2002년부터 삼성증권권에서 근무한 뒤 2015년부터는 메리츠금융그룹에 합류했다. 메리츠화재 리스크관리팀장, CRO(최고리스크책임자) 전무 및 부사장 등을 지내다 2021년부터 메리츠증권으로 이동해 Sales&Trading 부문장, 사장을 역임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 역시 전날 계열사별 이사회를 열고 인사를 단행했다. 한국투자증권 정일문 대표가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김성환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1969년생인 김성환 신임 대표는 국내 부동산 PF 1세대 IB 전문가로 꼽힌다.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및 건국대 부동산금융 석박사를 수료했으며 2001년 LG투자증권 PF팀을 거쳐 2004년부터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 합류했다. 채권운용·기업금융(IB)·경영기획·리테일 등을 두루 총괄했으며 한투증권 역사상 최연소 전무, 상무 승진 이력도 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조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지금은 리스크 관리, 내부통제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ㄱㄱ 2023-11-24 21:50:09
키움사장 아직도 버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