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에서 ES로…현대차그룹 혁신 이어가는 ‘용병술’
MK에서 ES로…현대차그룹 혁신 이어가는 ‘용병술’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0.11.0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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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취임 후 첫 인재 영입을 단행했다. 올해 3월 사임했던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을 재영입하면서다. 아버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인재 중심 DNA가 정 회장까지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은 올해 3월 사임했던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을 신설 CCO(Chief Creative Officer)직에 임명한다고 전날 밝혔다. 동커볼케 부사장은 푸조, 스코다, 세아트는 물론 아우디,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 대중적인 자동차와 슈퍼카 등을 두루 겪은 디자이너다. 이후 2016년 현대차그룹에 둥지를 텄다. 현대디자인센터장을 거쳐 최고디자인책임자(CDO)를 역임했다. 올해 3월 갑작스레 사임하기 전까지 현대·기아차는 물론,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을 총괄하며 정 회장의 신임을 받은 인물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그를 다시 영입한 이유로 그가 현대차의 디자인을 끌어올린 공이 컸다는 점을 든다. 이는 정 회장의 인재 경영이 한몫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2015년 동커볼케 부사장 영입 당시에도 직접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 회장은 이달 초 연구개발본부 파워트레인 담당에 PSA 출신 알렌 라포소 부사장을 영입했다. 라포소 부사장은 엔진·변속기 개발 부문과 전동화 개발 부문을 총괄하는 파워트레인 담당을 맡게 된다.

■ 피터 슈라이어·알버트 비어만 영입…父傳子傳

정 회장의 인재 중심 경영은 그가 기아자동차 사장이던 시절부터 이어져 왔다. 이를 통해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그룹 문화의 체질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회장은 기아자동차 사장이던 지난 2006년, 기아자동차의 ‘호랑이 코’ 디자인으로 유명한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총괄 사장을 영입할 당시, 디자인 독립을 선언하며 “세계적 자동차 디자이너 영입을 통해 기아차 디자인을 혁신적이고 창조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슈라이어 사장은 K 시리즈를 통해 기아차의 디자인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달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슈라이어 사장의 역작으로 불리는 K5가 2010년 출시된 이후, 기아차는 그해 국내 1400대, 해외 730대를 팔아 총 2130대의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바로 전년인 2009년 대비 38.9%가 증가한 양이다. 영업이익과 매출액은 각각 46.8%, 26.3% 올랐다. 당기순이익도 55.4% 증가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 (사진=연합뉴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 (사진=연합뉴스)

정 회장의 이 같은 인재 경영 DNA는 아버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닮았다. 정 명예회장은 2014년 BMW의 고성능 차 개발총괄책임자인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을 영입했다. 비어만 부사장을 연구개발본부장에 앉히고 남양연구소의 머리글자인 N을 딴 고성능 브랜드 ‘N’의 시작을 알렸다. 2018년 10월 ‘i30 N’을 출시했고 같은 해 ‘벨로스터 N’을 선보였다. 이어 올해 ‘아반떼 N’을 내놓으면서 현대차의 고성능 라인업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그룹의 인재 경영 단면은 사장단의 면면에서도 드러난다. 올해 현대차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사장단 13명 가운데 5명이 외부 인사로 채워졌다. 문화일보 출신 공영운 전략기획담당 사장, 삼성전자에서 온 지영조 전략기술본부 사장, 일본 완성차 업체 닛산에서 건너온 호세 무뇨스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미주권역담당 및 북미권역본부장(사장) 등이다.

■ 통 큰 인재 투자…연구개발 인력 1000여명 채용

정 회장의 인재 영입은 현대·기아차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2월에는 안동일 전 포항제철소장을 현대제철 생산기술 사장으로 영입했다. 이로 인해 포스코와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안동일 사장은 30년 이상을 포스코 생산 현장에서 근무한 생산기술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본격적인 정의선 체제가 들어서면서 채용에서도 정 회장의 인재 중심 경영이 드러난다. 정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은 올해 하반기 연구개발본부 신입사원 채용에 수백명을 뽑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에 이어 두 번째 대규모 채용으로 올해 뽑을 연구개발 인력이 1000여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공채를 폐지한 현대차그룹은 상시 채용으로 전환해 인력 수급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지난 9월 26일 중국 '베이징국제전시센터(CIEC)'에서 개막한 '2020 베이징 국제모터쇼'에 소개된 중국형 올 뉴 K5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 26일 중국 '베이징국제전시센터(CIEC)'에서 개막한 '2020 베이징 국제모터쇼'에 소개된 중국형 올 뉴 K5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편, 현대·기아차는 3일, 10월 판매 실적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국내 시장에서 6만5669대, 해외 시장에서 32만278대 등 전 세계 시장에서 총 38만5947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국내는 1.2% 증가, 해외는 5.2%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기아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시장 4만8009대, 해외 시장 21만7705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6.1% 오른 26만5714대를 팔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국내와 해외 각각 1.8%, 7.0%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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