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찾으러 지방 뜨는 대기업...'수도권 쏠림'의 그늘
인재 찾으러 지방 뜨는 대기업...'수도권 쏠림'의 그늘
  • 김예솔 기자
  • 승인 2019.06.12 16: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 떠난 한국조선해양, 본사는 서울·R&D센터는 판교"
"수도권 쏠림 가속화...대기업 10곳 중 7곳 수도권 본사"
지난달 29일 울산에서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을 앞두고 '한국조선해양 울산 존치 촉구 시민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울산에서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을 앞두고 '한국조선해양 울산 존치 촉구 시민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국내 대기업들의 ‘수도권 쏠림’이 가속화되고 있다. 각 지역에 터 잡고 터줏대감 역할을 했던 전통 제조기업들이 체질 개선에 나서면서 수도권으로 떠나고 있다. 이는 노동집약적에서 기술집약적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인재확보’가 미래 동력으로 떠올랐기 때문에서다.

정작 향토기업을 놓치게 된 지방은 눈물을 머금고 있지만, 대기업들은 인재들이 밀집돼있는 수도권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 수도권에 터 잡은 한국조선해양...관건은 ‘인재확보’

최근 신설된 현대중공업그룹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의 포부는 남다르다. 국내 조선산업을 기술중심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연구개발에 힘 쏟겠다고 선언했다.

권오갑 한국조선해양 부회장은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원가를 줄여서 승부를 보는 시대는 지났으며,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혁신이 필요하고, 그 혁신의 중심엔 기술이 있다"면서 "앞으로 조선업은 기술이 최우선시되는 회사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판교에 건립예정인 글로벌 R&D센터에 최대 5000명의 연구개발인력이 근무할 수 있도록 지속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조선해양은 R&D 및 엔지니어링 기능을 통합해 기술경쟁력을 끌어올리고, 그룹 내 계열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를 위해 당초 본사를 서울에 두기로 계획한 상태다. 서울에 본사를 두어야 R&D센터 건립에 따른 인재확보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남 거제, 전남 영암, 울산 등지에 흩어져있는 계열사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현재 조선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미래 인재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지방에서는 고급 연구인력 확보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더군다나 산업 간 융복합이 가속화되면서 조선공학도 외 다양한 고급인력이 필요로 하게 된 점도 ‘수도권 쏠림’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러한 이유로 전통 제조업들은 생산기지를 지방에 둘지언정  R&D센터만큼은 수도권에 두고 있다.

포항과 광양에 공장을 둔 포스코(POSCO)는 인천 송도에 R&D센터를 두었으며, 거제에 조선소를 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경기 분당과 시흥에 R&D센터를 세웠다. 울산에 최대 생산기지를 둔 현대자동차는 화성에, 부산의 버팀목인 르노삼성차는 용인에 R&D센터를 갖췄다.

■ 울산은 여전히 후폭풍...수도권行 택한 대기업에 지방은 어쩌나

이러한 추세 속에서도 정작 울산은 씁쓸한 속내를 못 감추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46년간 울산에 본사를 두고 성장한 지역 향토기업으로, 울산시민들과 함께 흥망성쇠를 겪어왔기 때문이다.

울산시가 한국조선해양 본사의 울산 존치를 수차례의 요구했음에도 현대중공업이 수도권행(行)을 택하자, 지역 민심은 크게 요동치고 있다.

현재 현대중공업 본사가 위치한 울산 동구 시내 곳곳에는 임시 주주총회 무효와 한국조선해양 본사의 울산 존치를 주장하는 현수막이 널려있다.

지난달 29일에는 한국조선해양의 본사를 울산에 둬야 한다며 송정호 울산시장이 직접 삭발식을 거행하기도 했다. 당시 지역 의원들과 각계각층의 시민단체들도 울산 존치에 목소리를 냈다.

특히, 울산 대표기업들이 죄다 서울로 향하면서 울산이 생산기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팽배해지고 있다.

이는 비단 울산만의 일이 아니다. 대기업 자본이 빠져나간 전북 군산, 경북 구미, 경남 거제·통영, 창원 등도 지역경기가 침체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의 ‘수도권 쏠림’은 가히 심각한 수준이다. 상장사 10곳 중 7곳은 수도권에 본사를 잡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상장사 2257곳 중 수도권에 본사를 둔 상장사는 1624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72.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시가총액 10위권 내 상장사만 놓고 보더라도 포항에 본사를 둔 포스코만 비수도권이다.

시총 1위인 삼성전자는 경기도 수원에, 2위인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이천에 본사가 있다. 현대차, LG화학, 신한지주, 현대모비스, SK텔레콤, LG생활건강 등 6곳은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셀트리온은 인천 연수에 본사가 위치해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 정보, 금융, 교육 등 기반여건이 열악하여 투자매력도가 감소하고 있다”며 “지방에 대한 투자활성화를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행정적, 재정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