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싸움 휘말린 감정원·국민은행…“제각각 특성 파악 필요”
통계 싸움 휘말린 감정원·국민은행…“제각각 특성 파악 필요”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0.10.2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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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집값 통계를 두고 KB국민은행과 한국감정원이 처절한 싸움에 휘말리고 있다. 야당은 한국감정원 통계를 두고 시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입맛에 맞는 통계를 가지고 여론을 호도한다고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여기에 여당에서조차 감정원의 통계 표본을 두고 문제점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감정원이 총체적 난국에 빠진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두 통계의 특성을 파악해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 감정원 2.8만가구, 국민은행 3.6만 가구…표본 차이 존재

한국감정원의 통계 방식은 전국 261개 시군구의 거래 가능한 아파트, 단독주택, 연립주택(임대 제외) 등을 선정된 표본에 따라 전문 조사원들의 현장조사와 및 표본의 실거래가격 또는 유사표본의 실거래가격을 반영하는 형태다. 표본 규모는 월간의 경우 2만6343가구(아파트 1만5588가구, 연립 5950가구, 단독 4805가구) 주간은 아파트 7192가구다.

자료=한국감정원
자료=한국감정원

KB국민은행은 부동산중개업소를 대상으로 통계를 작성한다. 서울, 경기, 인천과 강원, 충청, 전라, 경상, 세종, 제주 등 5대 광역시의 158개 구시군(103개구, 47개시, 1개군) 아파트, 132개 구시군(102개구, 29개시, 1개군) 단독·연립주택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한 개의 단위 지역으로 집계한다.

이를 토대로 표본주택이 거래된 경우에는 실거래가격을, 거래가 되지 않은 경우에는 매매(임대)사례비교법에 의해 조사된 가격을 해당 지역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직접 온라인상 조사표에 입력하는 자계식 조사를 기본으로 진행한다고 KB국민은행은 설명했다.

우선 두 통계는 표본 수에서부터 차이가 두드러진다. 지난달 월간 주택가격동향 기준으로 KB국민은행의 통계는 전국 3만6300가구가 대상이다. 한국감정원은 이보다 적은 2만8360가구를 표본으로 조사했다. 아파트를 기준으로 하면 이 격차는 더 벌어진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과 한국감정원은 각각 아파트 3만1800가구, 1만7190가구가 조사 대상이다. KB국민은행은 아파트를 위주로 조사를 하는 반면, 한국감정원은 연립·단독주택에도 일정 비중을 두고 있다.

■ 14년간 뒤바뀐 주거 환경

한국감정원이 현장의 실태를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국토부가 국토연구원에 의뢰해 시행한 ‘2019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2006년 전국 주택 중 단독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은 44.5%였지만, 2019년에는 32.1%까지 떨어졌다. 반면, 아파트는 같은 기간 41.8%에서 50.1%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서는 상승과 하락 폭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2006년 36.3%의 비율을 보이던 수도권 단독주택은 2019년 24.2%까지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아파트는 44.0%에서 50.7%까지 규모를 키웠다. 한국감정원 통계가 그동안 뒤바뀐 주거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료=국토교통부
자료=국토교통부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한국감정원 통계 중에서도 일부만을 내놓으며 시장과 동떨어진 판단으로 야권의 질타를 받았다. 지난 8월에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서울 아파트값은 14% 올랐다고 언급했는데, 같은 달 31일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김 장관은 정부가 공인한다는 감정원 통계에서조차 낮은 수치만을 들면서 이 같은 주장을 한 것이 드러났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회의에서 “감정원 통계 자료에 매매 실거래가 지수는 40.9% 상승한 것으로 나오고 매매 평균가격은 44.7%, 매매 중위가격은 42.7%가 올랐다고 나온다”라며 “정부에서, 장관께서 주장하시는 인정받았다고 하는 기관인 한국감정원의 자료에 의하면 서울 아파트 가격이 얼마나 올랐냐고 하는 질문에 최소한 6개 정도의 상승률을 뽑아낼 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데 그중에서 가장 낮은 14%라고 장관은 주장하고 계시는 것”이라며 “그래서 국민들은 ‘이 숫자를 믿기가 어렵다. 부동산 통계 나오는 것을 신뢰하기 어렵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김 장관은 이 같은 통계에 대해 “처음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 감정원 통계에도 현 정부 매매가격지수 100↑

집값 상승세는 주택 가격의 변동을 100을 기준으로 측정한 값인 주택 매매가격지수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 뒤인 2008년 3월부터 2012년 2월까지의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86.6을 나타냈다.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는 총리 권한 대행 기간을 제외하고 2013년 3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전국의 평균 매매가격지수는 94.9로 조사됐다.

이처럼 100이하에 머무르던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7개월 만인 12월 처음으로 100.1을 기록하면서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103.6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로 기록됐다. 이 기간 서울의 평균 매매가격지수는 105.4에 달한다. 지난달에는 111.5를 기록했다. 이 통계는 한국감정원의 ‘전국주택가격조동향조사’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정부가 공신력 있다고 강조하는 통계를 내놓는 한국감정원도 현 정부의 집값 상승률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19일 저녁 이어진 국토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토위 소속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표본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면서 표본 설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송 의원은 “감정원이 통계를 보정할 때는 KB국민은행 통계와 비슷한 숫자가 나오지만, 시간이 지나면 벌어진다”라며 “정부에서는 앵무새처럼 감정원 통계가 공식이라고 읊조리지만, 감정원 통계는 정부의 자위적 통계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학규 한국감정원장은 “미진한 것이 있으면 고쳐나가겠다”라고 짧게 답했다.

김학규 한국감정원 원장(왼쪽 두번째)이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학규 한국감정원 원장(왼쪽 두번째)이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지난 16일 세종시에서 열린 국토부 국정감사에서는 국토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이 “감정원 통계가 국민 체감과 차이가 난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KB국민은행과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생각이 없냐”고 질의했다. 이에 김 원장은 “국토부와 협의해 적정하다고 하면 검토해보겠다”라고 답변했다. 여당에서도 한국감정원의 통계가 시장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는 두 통계가 전수조사를 토대로 한 통계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각각의 특성을 반영해 정책 방향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통계는 각각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한 가지 통계만을 기준으로 삼고 정책을 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어떤 지표가 전적으로 옳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감정원과 KB국민은행 두 통계 모두 전수조사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것은 맞고 다른 것은 틀리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고 본다”라며 “각기 다른 특성을 고려해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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