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 90일…'결혼 포기'까지 점입가경
임대차 3법 90일…'결혼 포기'까지 점입가경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0.10.29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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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셋값 70주, 수도권 64주 연속 상승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청원한다"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임대차 3법이 시행된 지 오늘로 90일을 맞았지만, 전세난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전셋값은 70주 연속 올랐고, 수도권은 64주 연속 올랐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당초 임대인 위주의 전세 시장에서 임차인을 보호하고 균형을 이루겠다는 정부의 취지와는 동떨어진 결과가 도출되고 있다고 지적하는 가운데, 전세난으로 결혼을 포기했다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서울 아파트 전셋값 70주 연속 상승

29일 한국감정원이 내놓은 '10월 넷 째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0.23% 상승해 64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전셋값은 70주 연속으로 상승했다. 임대차 3법 시행으로 계약갱신청구권 행사에 따라 전세 물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감정원은 "저금리 유동성 확대, 거주요건 강화, 청약 대기수요 등으로 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교통 접근성과 학군이 양호한 주요 단지 위주로 전셋값이 상승했다"라고 설명했다.

70주 동안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는 서울에서는 강남이 0.12% 올라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송파구(0.19%)는 잠실동 대단지 위주로, 강남구(0.18%)는 교육 환경이 양호한 대치동 및 개포·압구정동 구축 위주로, 서초구(0.16%)는 서초·잠원동 등 정주여건 양호한 단지 위주로, 강동구(0.16%)는 명일·암사동 역세권 위주로 상승세가 두드려졌다.

강남4구 외 지역에서는 동작구(0.14%)는 상도·신대방동 등 역세권 위주로, 금천구(0.12%)는 가산·독산동 신축 단지 위주로, 구로구(0.07%)는 구로·고척동 역세권 위주로 전셋값이 올랐다.

자료=한국감정원
자료=한국감정원

수도권은 64주 연속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졌다. 인천은 지난주 대비 0.09%가 증가한 0.48%로 상승세가 뚜렷했다. 지역별로는 연수구(0.99%)는 정주여건이 양호한 송도동 신축 위주로, 남동구(0.54%)는 구월·논현동 (준)신축 및 대단지 위주로, 서구(0.51%)는 청라지구와 신현동 일대 신축 위주로, 중구(0.34%)는 영종신도시 신축 위주로, 계양구(0.30%)는 직주근접 수요로 귤현·용종동 일대의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경기는 0.24%를 나타내 지난주와 같은 상승세를 유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용인 수지구(0.43%)는 교통 접근성 및 학군 등 양호한 풍덕천동 위주로, 오산시(0.40%)는 지곶동 신축과 저가 수요 있는 궐동 등 구축 위주로, 광명(0.39%)은 하안동 구축과 일직·소하동 (준)신축 단지 위주로, 고양 일산동구(0.38%)는 정주여건 양호한 백석·마두·식사동 위주로 올랐다. 파주(-0.06%)는 내렸다.

■ "신혼부부·청년 복지 만전"…"임대차 3법으로 결혼 포기"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8일 2021년도 예산안 설명을 위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민의 주거 안정에도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면서 "주택공급 확대를 차질없이 추진해 신혼부부와 청년의 주거 복지에도 만전을 기하겠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처럼 신혼부부와 청년의 내 집 마련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청년들은 집값 상승으로 인해 결혼까지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으로 결혼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 갈무리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 갈무리

청원인은 본인을 "내년 초 결혼을 앞둔 30대 직장인"이라고 밝히며 "임대차 3법을 통과시킨 뒤 지금 전셋값이 어떻게 됐는지 알고나 계시나요? 지난 1~2월에 매매하려 했던 가격이 지금 전셋값으로 뒤바뀌었습니다. 그마저도 나오는 집이 거의 없어 부르는 게 값이 됐다"라고 임대차 3법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김현미 장관이 아파트값 11% 올랐다, 부동산 대책 24번 아니라며 본인은 마치 아무 잘못 없는 듯 언론, 야당과 싸움질이나 하는 동안 서민들은 집 없는 상태로 쫓겨나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정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청원한다"라고 적었다.

29일 기준 이 청원은 2482명의 동의를 받았다.

실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7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현 정부 3년 동안 오른 집값은 11%라고 말해 야당의 비난을 온몸으로 받기도 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에 대해 "국민들의 인식과 동떨어져도 한참 동떨어진 발언"이라며 "입맛에 맞는 통계 취사선택을 들은 국민들은 억장이 무너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23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 장관은 "9·13 대책 이후 지난해 초까지 시장이 안정됐으나, 이후 금리가 인하되면서 시장이 상승 전환된 측면이 있다"라면서 시장의 인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발언을 이어갔다.

부동산 정책 수립을 좌우하는 경제 수장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대차 3법으로 난처한 상황에 빠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홍 부총리가 경기 의왕시에 보유 중인 아파트를 매매하려 했는데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매매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전세 낀 집을 사고 팔 때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와 포기 의사를 매매 계약서에 의무적으로 명시하는 방안인 일명 '홍남기 구하기 법'을 보완책으로 내놓기도 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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