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시간을 걷다> 최경철 지음 | 김햄스 그림 | 웨일북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라틴어 ‘카르페 디엠 carpe diem’은 현재를 즐기라는 뜻이다. 이 말의 기원에는 예상 밖의 아픔이 있다. 중세 유럽을 암흑으로 뒤덮은 흑사병과 관련해 생긴 일종의 인사말이기 때문이다.
유럽은 흑사병으로 인해 30%가 넘는 인구를 잃었다. 열 명 중 세 명이 하루아침에 명을 달리하던 시절,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오늘이 될지 내일이 될지 모르는 사람에게 ‘남겨진 마지막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자는 뜻’으로 사람들은 서로를 만나면 한마디씩 건넸다. 바로 그 말이 ‘카르페 디엠’이다.
흑사병의 창궐은 무역을 통해 경제적 발전을 이뤘던 유럽사회에 갑자기 등장해 급속도로 퍼졌다. 일반적으로 중앙아시아나 인도에서 발원 후 전파된 것으로 보고 있지만, 당시 전염병의 발병 원인을 모른 채 속수무책이었던 사람들은 화살을 사회적 소수자에게 돌렸다. 사회적 약자인 거지, 유대인, 외국인과 한센병 환자들이 집단적 폭력과 학살의 희생양이 된 것.
역사와 예술을 생동감 있게 전하는 <유럽의 시간을 걷다>(웨일북.2016)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카르페 디엠’은 2천 500만 명의 죽음으로 탄생한 인사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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