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 이런일이] 한글에 굴복한 연산군

<역사를 빛낸 한글 28대 사건> 김슬옹, 김응 지음 | 임미란 그림 | 아이세움 박세리 기자ldadawriting@whitepaper.co.krl승인2016.10.11 08: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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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한글은 창제자와 창제년도가 명확히 밝혀진 지구상 몇 안 되는 문자다. 원리의 독창성과 과학성도 뛰어난데 무엇보다 한나절만 배워도 쓸 수 있고 열흘 정도만 익히면 모든 말을 글로 나타낼 수 있다. 그만큼 쉽게 배울 수 있어 유용성이 뛰어나다.

이런 유용함 때문에 폭군이었던 연산군조차 내뱉은 말을 바꿔야 했다. 1504년 연산군이 나라를 다스린 지 10년째 되던 해에 한글 사용을 금지하는 일이 있었다. 본래 한글을 사랑했었지만, 어머니인 윤 씨의 죽음 이후로 그 마음도 변했다.

미친 사람처럼 사람을 죽이고 벌하며 나라를 난폭하게 다스렸던 폭군을 향한 관리와 백성들의 불만이 치솟았고 어느 날 도성 곳곳에 ‘옳고 그름을 구분할 줄 모르는 왕이라며’ 연산군을 비방하는 한글 벽보가 붙기 시작했다.

이에 연산군은 곧바로 사람들의 사대문 출입을 막고 도성 안 사람들을 한글을 쓰는 사람과 쓰지 않는 사람으로 구분해 한글을 쓰지도 가르치거나 배우지도 못하게 했다. 게다가 주변에 한글을 아는 사람을 고발하게 하고 이를 숨긴 자들에게 벌을 내리도록 명했다.

특히 한글로 쓰인 책들을 모두 불태우기까지 하는데, 한글 창제 이후 가장 큰 탄압 사건이었다. 한글을 둘러싸고 일어난 스물여덟 가지 사건을 다룬 <역사를 빛낸 한글 28대 사건>(아이세움.2016)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반전은 비방벽보 범인 색출에 실패한 후 한글 사용 금지로 인해 연산군 자신이 불편을 겪으면서부터다. 자기 뜻을 백성들에게 쉽고 빠르게 전달할 수 있던 가장 유용한 한글 사용을 금했으니 정치를 펼치는 데 불편함이 많았던 것.

연산군은 결국 말을 바꾼다. 2년 후 각 관청에 양반과 천민을 구분하지 말고 한글을 아는 여성을 각 지역에서 두 명씩 뽑아 나랏일을 돕게 하라는 명을 내리기에 이른다. 한글의 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9일로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벌써 570돌이다. 연산군의 마음을 움직였던 한글의 힘은 비단 그 유용성에만 있지 않다. 한글 창제의 근본적 이념이 지도자와 백성 간의 ‘소통’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불통의 시대에 다시 한 번 되짚어봐야 할 내용이다.

박세리 기자  dadawriting@white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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