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직원 5천명이 고객 돈 빼가기...'혹시 우리도?'
은행 직원 5천명이 고객 돈 빼가기...'혹시 우리도?'
  • 이아람 기자
  • 승인 2016.09.13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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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웰스파고 도덕적 해이 극치...200만개 유령계좌 만들어
▲ 미국의 대형은행인 웰스파고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로 1억 8500만 달러의 벌금을 물게 됐다. (사진출처=Flicker@Mike Mozart)

[화이트페이퍼=이아람 기자] 지난 11일 미국의 대형은행인 웰스파고가 고객 명의를 도용해 가짜 불법 계좌 개설로 1억 8500만 달러의 벌금을 물게 됐다. 이는 한화로 약 2037억에 달하는 금액으로 고객환급비용 500만 달러도 함께 부과됐다. 웰스파고는 2011년부터 200만개의 허위 계좌를 만든 것으로 드러나면서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 웰스파고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성과주의 때문?

웰스파고 직원들이 이런 행동을 한 이유는 바로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다.

직원들은 고객 명의의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 계좌를 몰래 개설해 기존 계좌에 갖고 있던 돈을 이 유령 계좌로 옮겼다. 허위 신용카드 연회비 등의 명목으로 고객계좌에서 40만 달러가 넘는 돈을 빼냈으며 이는 모두 회사 매출로 인정됐다. 이런 식으로 실적을 올린 직원들은 보너스를 받았다.

웰스파고는 그동안 고객밀착과 적극적인 교차판매 영업으로 고수익을 올려왔다. 미국에서 가장 높은 시장 가치를 인정받는 은행으로 국내 은행들도 웰스파고의 영업을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을 정도다. 하지만 고수익이라는 성과에는 직원들의 실적압박이라는 그림자가 있었다.

웰스파고가 자랑했던 직원 한 사람이 하루에 30명 이상의 고객과 접촉하는 밀착영업이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유령 계좌 개설에 가담해 해고된 직원 숫자만 5300명에 달하는 만큼 일부의 문제가 아니었다.

금융노조는 “웰스파고의 영업 전략의 뒤에 짙게 드리워져 있던 성과지상주의의 폐해가 낱낱이 밝혀진 셈”이라고 비판했다.

■성과주의 자체의 문제는 아냐…문제는 ‘성과만능주의‘

이재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직접적으로 성과주의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일으킨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개인 간의 경쟁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는 경우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과주의 자체가 내재한 폐단은 아니지만 과도한 개개인에 대한 성과 압박이 성과만능주의로 흐를 가능성은 존재한다. 직원들이 성과만능주의에 빠지게 되면 개인의 성과만을 목표로 잡고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을 져버려 도덕적 해이에 빠질 확률이 높다.

웰스파고의 경우 일부 직원과 지점의 문제라고 보기에는 가담의 범위가 크다. '성과주의'가 '성과만능주의'로 흐르지 않도록 조직 차원에서 반드시 제대로 된 교육과 점검이 필요하다.

이 연구원은 “성과주의를 도입할 때 어떤 성과에도 우선하는 원칙이 필요하다”며 그 예로 은행원으로서의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 등을 제시했다.

이어 “만약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게 된다면 일부의 문제라고 보지 않고 반드시 조직적 차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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