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인간 이기심 어디까지? '세균 흡수하는 강아지와 물고기'... 젊은 작가 손솔지의 ‘먼지 먹는 개’
[신간] 인간 이기심 어디까지? '세균 흡수하는 강아지와 물고기'... 젊은 작가 손솔지의 ‘먼지 먹는 개’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7.11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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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먹는 개> 손솔지 지음 | 새움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제목이 특이하다. 소설 <먼지 먹는 개>(새움.2016)는 제목만으로는 장르나 내용을 가늠하기 어렵다. 사실 제목에는 사회적 문제의식이 깔렸다. 책 전반을 관통하는 인간의 끝없는 탐욕과 이기심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부여된 제목이다.

책은 어느 날 지후의 개 ‘후’가 홀연히 사라지면서 시작된다. 후가 연기처럼 사라진 지후는 망상에 시달리고 원인 모를 피부병을 앓는다. 동시에 학교와 무리에서 고립되고 괴생명체를 목격하기도 한다.

그 후 또 다른 등장인물 유라는 더 충격적인 일을 겪는다. ‘더스트 빈’이라는 비도덕적인 상품이 출시된 것. 더스트 빈은 ‘더스트’라는 약물을 물고기 같은 생명체에 주입해 그 생명체가 서식하는 공간의 온갖 병원균을 빨아들이고 흡착해 마침내 물고기마저 녹아 사라지는 친환경 세척제품이다. 세척을 위해 동물을 이용한다니 생명경시의 일면을 보여주는 설정이 무척 충격적이다.

충격적인 설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소설을 따라가면 작은 물고기에서 쥐로 발전한 ‘더스트 몬스터’가 등장하고 심지어 ‘더스트 휴먼’까지 나타난다. 인간의 이기심이 이 정도일까. 그렇다면 앞선 제목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저자는 출판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제목을 먼지 먹는 개로 한 이유를 밝혔다.

“인간의 이기심을 비판하지 않는 개라면, 배신에 대한 괴로움과 슬픔을 공기 중에 풀어지듯 놓아버리고 떠날 것 같았다. 누굴 이용해서라도 끝까지 살아남아야한다고 가르치는 이 세상의 끝은, 결국 허무일 뿐이라고 가르쳐주기라도 하듯이, 그렇게 사라질 것 같다”

인간의 언어로는 불만을 토로할 수 없는 개를 소외된 채 살아가는 생명의 대변체로 설정한 것. 이어 작가는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자신의 파편이라 전했다. 신인 작가일수록 자전적인 이야기가 많이 담기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런 면에서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면면에 들어가 작품을 썼을 그의 노고가 선연하다.

생명을 세척제품으로 출시하는 인간의 이기심, 상실된 도덕성. 이 소설의 마지막이 궁금하다. 젊은 작가의 신선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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