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나향욱 기획관 '취중실언일까 취중진담일까'
[신간] 나향욱 기획관 '취중실언일까 취중진담일까'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7.11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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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하지만 직설적으로> 앨런 파머 지음 | 문지혜 옮김 | 처음북스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민중은 개·돼지다.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 막말 발언으로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파면 요구가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퍼지고 있다. 어떤 대화가 오갔길래 이런 논란이 일었을까. 혹 오해는 아니었을까. 상식적이지 않은 발언에 든 생각이다.

<정중하지만 직설적으로>(처음북스.2016)에 따르면 의사소통을 더욱 명확하고 완전하게 이해할 방법이 있다. 바로 상대의 ‘말’을 비롯해 함께 보이는 ‘비언어적 제스처, 표정, 자세’를 자신이 어떻게 해석했는지 말하고, 되물은 뒤 상대방의 대답을 들으면 알 수 있다. (190쪽)

사회적 물의를 빚은 나 기획관의 막말은 8일 자 경향신문을 통해 알려졌다. 경향신문이 공개한 대화를 보면 문제적 발언은 비단 민중을 개·돼지로 비유한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는 말로 시작해 “민중은 개·돼지다.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는 말이 나왔다. 그 민중이 누구냐는 질문에 99%라 답했고 1%대 99% 할 때 그 99%냐고 되묻는 이들에게 그렇다고 답변했다. 자신은 99%에서 제외한 채.

게다가 구의역 사고에 내 자식처럼 가슴 아프다고 말한 기자를 향해 위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 기획관은 정부와 공무원이 최소 사회적 간극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 정도는 하는 줄 알았다는 의견에도 출발 선상이 다른데 그게 어떻게 같아지냐는 답을 했다.

이쯤 되면 책에서 말하는 명확한 의사소통을 위한 과정을 거쳤다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과음이라는 해명이 취중실언이 아니라 취중진담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분명 그의 의견을 들었고, 재차 확인했으며 되묻기까지 했다. 무례하게 직설적인 발언으로 속내를 드러낸 나 기획관은 뭐부터 배워야 하는가. 책 제목처럼 ‘정중하지만 직설적으로’라는 화법을 배우려면 최소 사회 구성원이라는 자각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가 말한 민중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나 사회를 구성하는 일반 국민으로 피지배계층을 뜻한다. 이미 자신을 지배 계급이라 생각한다는 사실부터 대중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대체 그의 발밑에 있는 민중은 누구란 말인가.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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