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포스트잇] '집 그리는 순서도 달라'.. 신영복이 전하는 '아는 자와 경험한 자의 차이'
[책속의 포스트잇] '집 그리는 순서도 달라'.. 신영복이 전하는 '아는 자와 경험한 자의 차이'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4.01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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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여럿이 함께 숲으로 가는 길> 신영복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이론과 실전 경험'은 다르다. 어떻게 다른가. 신영복 선생은 나이 많은 목수와 나눴던 대화를 통해 '관념적으로 아는 것'에 대한 편협함을 성찰했다.

펜을 들고 집을 그려보자. 무엇부터 그릴까. 일반인은 지붕부터 그려나갈 것이다. 하지만, 목수는 다르다. 그들은 주춧돌부터 그려나간다. 

감옥 생활 초반 신영복 선생은 나이 많은 목수와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나이 많은 목수는 선생에게 자기의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땅바닥에 나무 막대기로 집을 그렸다. 선생은 목수가 그려가는 집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바로 집을 그리는 순서 때문이었다. 목수는 주춧돌부터 시작해서 기동, 서까래, 그리고 제일 마지막에 지붕을 그렸다. 대개 집을 그려보라 말하면 지붕부터 그리기 마련이다. 신 선생은 이 일로 관념적 사고에 대한 통찰을 얻었다.

‘일하는 사람은 집 그리는 순서와 집 짓는 순서가 같구나! 지붕부터 집을 그리고 있는 나는 얼마나 창백한 관념성의 소유자인가!’ (37쪽)

선생은 학교와 교실, 그리고 책에서 생각을 키워온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느꼈다. 개념적 사고에 익숙해진 자신에게 충격을 주는 사건이었다.

<신영복 여럿이 함께 숲으로 가는 길>(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2010)에 등장하는 이야기다. 신영복 선생은 이 일화를 통해 갇혀 있는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탈피하지 않으면 자기 변화는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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