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와인드] ‘무수단’, 상상 그 이상의 무언가도 존재할 수 있다
[영화◀◀리와인드] ‘무수단’, 상상 그 이상의 무언가도 존재할 수 있다
  • 김재범 기자
  • 승인 2016.03.07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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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김재범 기자]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에만 존재하는 공간이 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라도 소수의 선택(?)된 자만이 경험을 공유하는 공간이다. 제한된 공간이다. ‘제한’이란 단어는 다분히 많은 상상력을 만들어 낸다. ‘혹시’란 추측을 자라나게 한다. 그래서 이 공간은 몇 번 정도 국내 영화에서 소재로 채용된 적이 있다. 공간이 갖는 특수성으로 인해 ‘혹시’란 추측이 ‘만약’이란 가설을 만들어 낸 것이다. ‘비무장지대’라고 이름 붙여진 이 공간은 그래서 은밀하고 호기심이 자라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녔다.

영화 ‘무수단’은 앞선 몇 편의 ‘비무장지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와 비슷한 맥으로 출발한다. 그곳에 있을지 모를 초자연적인 어떤 무언가에 의한 조종되는 스토리 흐름을 기대케 한다. 사실 그 존재가 우리의 상상 밖 존재라고 해도 그곳은 ‘비무장지대’다. 1953년 7월 정전협정 이후 지금까지 극소수의 사람에게만 발길을 허락한 곳 아닌가.

‘무수단’은 북한과 대치 중인 최전방 비무장지대에서 벌어진 원인 모를 사건을 파헤치는 얘기다. 이미 몇 차례에 걸쳐 비무장지대 작전을 수행한 대한민국 특수부대원들은 모두가 실종되거나 전사했다. 군 수뇌부는 사건의 실체를 알아내기 위해 특수임무를 띈 부대원들을 새로 조직한다. 특전사 엘리트 출신 조진호 대위(김민준)와 생화학 주특기 장교 신유화 중위(이지아)가 각각 팀장과 부팀장을 맡았다.

이후 예하 부대에서 최고 요원들이 선발 차출된다. 작전은 비무장지대 투입 후 24시간 안에 사건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다. 하지만 군 수뇌부 참모장(김명곤)은 신유화 중위를 선발하면서 알 수 없는 비밀 임무를 전한다. 특이한 상황이나 혹시 있을지 모를 변이체를 발견하게 될 경우 DNA 시료를 무조건 채취해 가져오란 것이다. 이는 팀장 조진호 대위도 모르는 특별 임무다.

남성의 전유물인 군대 그것도 비무장지대 특수임무대에서 여성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 이질적이고 배척된다. 조 대위는 부팀장인 신 중위에게 그만 둘 것을 강요한다. 하지만 신 중위는 비밀 임무 수행과 함께 자신의 능력을 무시당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이를 거부한다. 팀장과 부팀장의 이 같은 감정적 반목은 작전 실패를 느끼게 하는 ‘복선’처럼 다가온다.

이후 조 팀장을 필두로 팀원들은 새벽녘 비무장지대로 투입된다. 투입된 뒤 하나 둘씩 발견되는 이상 징후, 그리고 한 명 씩 사라지는 팀원들. 남아 있는 팀원들과 조 팀장 그리고 부팀장인 신 중위는 모든 것이 잘못되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북한에서도 이들과 비슷한 임무를 띠고 한 무리의 군인들이 남하하고 있었다.

이들은 비무장지대 한 폐벙커에서 조우한다. 서로에게 겨눠진 총부리가 일촉즉발 상황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 순간 이들을 지켜보던 한 존재가 있었다. 폐벙커 안은 순식간에 피바람이 몰아치고 살아남은 신 중위는 군 수뇌부의 비밀 지령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무수단’은 비무장지대란 특수한 공간을 배제하더라도 ‘군대’란 공간이 가질 수 있는 다른 지점에서 벌어질 수 있는 무언가에 집중한다. 그 가능성은 영화적 상상력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아니 실제라고 해도 그럴 수 있을 것이란 또 다른 가능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앞서 설명한 비무장지대의 제한적 공간성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군대란 배경자체가 이를 충분히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수단’은 영화적 배경 자체가 ‘비무장지대’이지만 사실은 ‘군대’란 공간의 폐쇄성이 갖는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전반적인 스토리 개연성은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단 몇 퍼센트의 공감대를 주고는 있다. 이미 지난 해 벌어진 ‘군사분계선 목함지뢰 사건’을 두고 남북한 격렬한 책임 공방이 있어왔던 팩트를 대중들은 접한 뒤다. 어떤 일도 벌어질 수 있는 군대의 폐쇄성과 비무장지대 제한성은 ‘무수단’의 전체적인 맥락에 힘을 주는 충분한 요소가 된다.

하지만 전체적인 짜임새의 연결고리는 전체적으로 헐거운 것이 사실이다. 보이지 않는 존재와의 사투에서 느껴지는 캐릭터 심리와 관객 심리가 동화되기 힘든 부분은 아무래도 전체 그림의 짜임새에서 들 수 있을 것 같다. 대중들에게 익숙한 ‘크리처’(괴수) 장르 패턴을 대입시킨 ‘문제 해결 방식’이 진부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한정된 예산을 통해 구현시킬 스토리의 마지막 키워드가 전체 흐름을 끊는 듯한 인상이다. 꽤 흥미로운 소재와 영화적 배경을 안고 출발했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에서 약간의 진부함을 더했단 점에선 아쉽다.

과거 군대를 배경으로 한 ‘알포인트’나 ‘GP506’의 흐름이 별 반 다르지 않지만 ‘무수단’과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단 점은 앞으로 만들어 지게 될 군대 영화의 좋은 ‘반면교사’로 작용될 듯하다. 개봉은 3일.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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