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의 사람들] 투란도트를 사랑한 칼라프 정동하, 조용하지만 강렬한 행보
[박진희의 사람들] 투란도트를 사랑한 칼라프 정동하, 조용하지만 강렬한 행보
  • 박진희 기자
  • 승인 2016.03.03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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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에버모어)

[화이트페이퍼=박진희 기자] 조용하다. 하지만 화려하다. 록밴드 부활의 보컬 자리를 내놓은 정동하가 더 강렬해졌다. 색깔이 다양해졌다는 의미다.

첫 번째 솔로 앨범을 내놓은지 햇수로 벌써 3년이 흘렀다. 음반 활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불후의 명곡’을 통해서 끊임없이 다채로운 색깔을 드러내며 노래를 불렀다. 드라마 OST로도 맹활약 했다. 그렇다고 그에게 ‘OST 황제’라든지 ‘불후의 보컬’ 같은 뻔한 수식이 붙지는 않는다. 늘 한결 같이 바쁘지만 엔터테이너 이미지 보다는 보컬리스트로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탓일까? 분주하지만 소란스럽지 않다.

지난해부터 전국을 돌며 팬들을 만나고 있는 정동하는 마치 힘 좋고, 조용한 고급 세단 같다. 전국투어를 마치기도 전에 창작 뮤지컬 ‘투란도트’에서 칼라프 왕자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뮤지컬도 벌써 여섯 작품이나 그를 거쳐갔다.

▲ 뮤지컬 '투란도트'에서 칼라프 왕자로 분한 정동하가 열연중이다 (사진=DIMF)

◆ 뮤지컬 ‘투란도트’의 칼라프, 정동하의 도전

“연기를 택한 것은 노래를 잘 하기 위해서 였어요. 감정 몰입에 연기가 도움이 되거든요. 지금은 궁극적으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무대 연기가 참 매력있죠. 어떻게 관객들을 속일까를 무척 고민하다가 지금은 답을 찾았어요. 나 자신만 속이면 되요. 예를들어 ‘투란도트’에서 투란도트를 사랑하는 연기를 할 때, 나 자신만 진짜 투란도트를 사랑한다고 속이면 일일이 관객들을 설득할 필요가 없죠”

연기 얘기를 할 때 정동하의 말 속도가 빨라진다. 이른 아침부터 이어지는 스케줄 탓에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다가도 연기 이야기를 하는 그의 눈동자는 깊어진다. 열정이다.

“투란도트는 도전이었어요. 창작뮤지컬은 라이선스 뮤지컬과 다르게 인물을 내가 창작해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죠. 나는 아직 연기 수준이 거기에 이르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은 작품의 좋은 역할도 마다해 왔었는데 이제는 칼라프를 통해서 도전한 셈이에요”

정동하가 연기하는 칼라프는 신비의 바다 속 나라 오카케오마레의 얼음공주 투란도트를 사랑하는 인물이다. 투란도트를 향한 구애에 죽음도 불사한다. 투란도트를 차가운 증오의 섬에서 구해내 따뜻하게 안아주고자 하는 인물이다. 정동하가 연기하는 칼라프는 매일 다른 인물이 된다. 늘 한결같은 기준에 컨디션을 끌어 올려서 연기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자신의 기분에 따라 인물도 달라진다. 정동하가 조금 피곤한 날에는 피곤한 칼라프가 관객 앞에 서고, 정동하가 기분 좋은 날은 밝은 모습의 칼라프가 관객을 만난다.

“그게 무대 연기의 매력인 것 같아요. 물론 라이브를 많이 하다보니까 목에 피로가 쌓이는 것을 느껴요. 그럴 때는 잠깐 쉬어주면 됩니다. 그 외에는 그날 그날의 기분과 컨디션에 따라 자연스럽게 맞춰서 노래하고 연기해요. 같은 연기를 하지만 매일 똑같지 않은 것…그 매력이 저를 무대로 이끌죠”

정동하를 강렬하게 무대 연기자로 세운 것은 상실감에 대한 보상이다. 데뷔 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그는 자아를 찾지 못했고, 시간을 잃었다. 그런 그에게 연기는 삶을 살아온 것 같지 않다는 허탈감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어릴 때 이사를 많이 다녀서인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고 또 그 시간을 좋아했었어요. 그러다보니 삶의 일부분이 마치 없어진 것 같은 상실감이 늘 존재하죠. 연기를 하다보면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굉장히 뚜렷한 자아를 갖고 있고, 여러가지 색깔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게 여러 삶을 살아 볼 수 있다는 게 연기에 매료되게 한 이유죠”

▲ (사진=에버모어)

◆ 목표향해 질주하지 않는 삶, 과정을 만끽하다

“게임을 하다가 엔딩크레디트가 나오면 어떻게 되나요? 그 게임은 끝이 납니다. 게임은 철저히 과정을 즐기게 구성되어 있죠. 저는 삶의 과정을 즐기고 싶어요. 목표를 정해두되 그 목표에 따라 정상에 올라가려고 전력질주하지 않죠. 지금 저는 과정을 즐기면서 살고 있는 중이에요. 그렇게 과정을 진신되게 즐기다가 목표에 거의 도달했을 즈음이 삶의 끝이었으면 좋겠어요”

록밴드, 그것도 국내에서 실력으로 존경 받고 있는 부활의 보컬로 세상에 알려진 정동하의 행보가 다양해 질 수록 고개를 갸우뚱하는 팬들이 늘어난다. 부활 보컬 출신 가수면 오롯이 가수의 길을 정주행 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동하의 행보는 지금껏 예상 밖이었다.

“꼭 뭐가 되겠다, 어떤 활동을 하겠다 정해 놓지 않아요. 매 순간 하게되는 일이 있어요. 그 일을 즐기면서 최선을 다하다보면 어디론가 가죠. 그렇게 가다보면 뭐가 될지 모르잖아요. 마치 목적지 없는 여행같이 기분 좋은 여정이에요. 현재 주어진 일을 충분히 즐기면서 열심히 하는 게 좋아요”

궁극적으로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은 것이냐는 질문에 정동하의 마음이 둥실 떠가는 느낌이다. 그의 마음 속에 종착지는 가수도 뮤지컬 배우도 아니다. 그저 노래하는 정동하, 연기하는 정동하가 있는 듯 보인다.

“노래도, 연기도 즐길 수 있을만큼만 할 거에요. 일이 돼서 쳐낼 정도가 되면 슬퍼질 것 같아요. 노래를 통해서든 연기를 통해서든 내 색깔을 더 진하게 내서 보여주고 싶어요. 늘 나를 따뜻하게 해주는 팬들과 함께요”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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