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리뷰] ‘사랑’에게 바치는 최고의 미사여구, 뮤지컬 ‘투란도트’
[뮤지컬리뷰] ‘사랑’에게 바치는 최고의 미사여구, 뮤지컬 ‘투란도트’
  • 박진희 기자
  • 승인 2016.02.18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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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DIMF)

[화이트페이퍼=박진희 기자] 화려하다. 바다 속 신비의 나라 오카케오마레를 연출해 놓은 무대는 화려하고 아름답다. 무대의 중심을 잡아주는 세 개의 수수께끼 벽 등 무대 연출도 그렇지만 해파리, 파도 등 수중왕국을 표현하기 위한 앙상블의 헤어와 의상, 안무는 마치 동화책을 그대로 펼쳐 놓은 듯 신비롭다. 그리고 그보다 더 아름다운 사랑, 순수의 마음이 작품을 관통한다. 

뮤지컬 ‘투란도트’가 막을 올렸다. 지난 17일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서울 공연을 시작한 투란도트는 5년 전 딤프(DIMF,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를 장악한 힘으로 관객들을 압도했다.

▲ (사진=DIMF)

◆ 위대한 사랑은 무엇인가?..물음표 제시하는 이야기

이야기는 수중 왕국 오카케오마레의 공주 투란도트의 수수께끼를 소개하며 시작된다. 화려한 앙상블과 함께 무대에 오른 투란도트는 저주의 축제를 웅장하게 노래하며 관객의 시선을 자극한다. 이어 오카케오마레를 지나는 패망한 나라의 왕자 칼라프와 그의 왕 티무르, 시녀 류가 무대에 오른다.

칼라프 왕자는 수중 왕국 오카케오마레의 신비함에 빠져들지만 티무르 왕은 죽음을 직감하고 시녀 류에게 칼라프를 지켜달라고 부탁한다. 류는 자신처럼 하찮은 사람이 어떻게 왕자를 지키겠냐며 망설이지만 티무르왕은 “너에게는 순수의 마음이있다. 그 마음만이 누군가를 구할 수 있다”며 진정한 사랑을 노래한다.

▲ (사진=DIMF)

그러나 얼음공주 투란도트에게 마음을 빼앗긴 칼라프는 결국 수수께끼의 벽에 칼을 꽂고 죽음의 구혼을 한다. 투란도트의 할아버지이자 왕은 알티움은 티무르왕과 류의 간절한 부탁으로 칼라프에게 도전을 포기하라고 조언지만 칼라프는 고집을 꺾지 않는다. 류는 자신의 숨은 사랑을 노래하며 칼라프의 운명에 괴로워한다.

동화 같은 이야기 안에는 하나의 사랑을 위해 다른 하나의 사랑이 희생하는 이야기가 담겼다. 하찮아 보이는 사랑도 그것이 순수일 때 얼마나 위대한 힘을 발휘하는 지 보여주고 있다. 스스로 하찮다고 말하는 시녀 류의 사랑이 투란도트를 그리고 이야기를 움직여 나갈 때 관객의 마음도 함께 움직인다.

▲ (사진=DIMF)

◆ 양날의 검과 같은 앙상블의 시선압도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잔인하다. 슬프고도 행복하다. 사랑이 갖고 있는 양면성을 투란도트의 앙상블도 갖고 있다.

제작사는 개막 전부터 앙상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 이 작품의 최대 강점은 화려한 앙상블이다. 앙상블은 투란도트의 추종자가 되면서 동시에 오카케오마레 왕국 자체가 된다. 수중 왕국의 아름다움은 무대와 조명, 영상으로 표현되지만 그 정점은 앙상블, 정확히는 앙상블의 안무와 의상이 찍는다.

이 강점이 간혹 작품에 누가되기도 한다. 등장인물이 되어야 하면서 동시에 배경이어야 하는 탓에 파도와 해조류를 연상케 하는 의상이 이야기에 집중해야 할 시선을 분산시킨다. 그것은 앙상블의 떼창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의 가창과 아름답게 어우러지기도 하지만 매끄러움에 하나 솟은 가시처럼 곡의 흐름을 끊어내기도 한다. 

이 작은 단점이 투란도트를 수작으로 분류하고자 하는 대세를 거스를 정도는 아니다. 이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담기 위해 작품은 지난 5년 동안 조명, 음향, 의상, 분장, 영상, 소품에 이르기까지 수정·보완 작업을 거쳤다. 그리고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갔다. 이것이 국내 창작뮤지컬이 도달해 있는 좌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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