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 이런일이?] 정민 교수도 글쓰기로 쩔쩔매던 시절 있었다.
[책속에 이런일이?] 정민 교수도 글쓰기로 쩔쩔매던 시절 있었다.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1.28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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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인문학> 전병근 지음 | 메디치미디어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정민 교수는 군더더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문장으로 정평 난 문학가다. 그의 글쓰기는 ‘간결함’ 그 자체다. 그런 그도 한 때는 배움이 필요한 학생이었을 터. 일천한 글솜씨로 쩔쩔맸던 대학원생 시절 일화가 흥미롭다.

석사학위 논문 심사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지도교수가 학생 정민의 논문을 집어 던졌다. 사내자식이 말이 많다는 거였다. 교수가 지적한 대목은 권필(權韠, 1569~1612)의 한시를 옮긴 부분이다.

'空山木樂雨蕭蕭(공산목락우소소)'라는 대목을 ‘텅 빈 산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비는 부슬부슬 내리는데’라고 풀었다. 지도교수는 '空(빌 공)'자를 가리키며 무슨 한자냐며 다그친다. 계속되는 불벼락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음에 답했다.

“빌 공(空)입니다.”

“거기에 ‘텅’ 자가 어딨어!”

따끔한 일침이다. ‘빈 산’이면 충분하다는 얘기다. 질책은 이어졌다. 나뭇잎은 ‘잎’으로, 떨어지고를 ‘지고’로 고쳤다. 거기에 ‘부슬부슬 내리는데’라는 문장에서도 ‘내리는데’를 덜어냈다. 비가 올라가지는 않는다는 까닭에서다.

지도교수의 지시대로 정리하니 ‘빈 산 잎 지고 비는 부슬부슬’만 남아 한결 운치 있고 간결한 번역문으로 재탄생했다. 정민 교수는 이 일을 계기로 간결한 문장의 힘을 깨달았다. 글이란 보태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것이었다.

9인의 사유와 통찰을 담은 <궁극의 인문학>(메디치미디어.2015)에 등장하는 이야기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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