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공간감각이 떨어지는 건 남자 때문?
여자가 공간감각이 떨어지는 건 남자 때문?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1.22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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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지식]<지도 위의 인문학> 사이먼 가필드 지음 | 김명남 옮김 | 다산초당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공간 감각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그런 이유로 여자들이 지도를 잘 읽지 못한다거나 다층식 주차장에서 자기 차를 찾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실제 이에 관한 책을 낸 사례도 있다.

1988년 오스트레일리아의 부부 바버라 피즈와 앨런 피즈는 <말을 듣지 않는 남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 : 올라간 변기 시트를 넘어서>라는 웃기고 가벼운 책을 냈다. 피츠 부부는 왜 남자들이 한 번에 하나 이상의 일을 못 하는지, 왜 여자들이 병렬 주차를 못 하는지 등을 수록했는데 지도에 관해서라면, 피츠 부부의 발견은 단호했다. 그들은 단언했다.

“여자들의 공간 감각이 떨어지는 것은 진화 과정에서 남자 말고 다른 것은 쫓아다닐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층식 주차장이 있는 아무 쇼핑몰이나 가보면, 여성 쇼핑객들이 자기 차를 찾지 못해서 울적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467쪽~468쪽 중에서

지도를 통해 인류 문명을 유쾌하게 설명한 <지도 위의 인문학>(다산초당.2015)이 소개한 재미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책은 이를 두고 고정관념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획기적인 질문을 던진다.

“남자와 여자가 모두 지도를 완벽하게 잘 읽지만, 읽는 방식이 다른 것뿐이라면? 여자가 지도를 읽기 어려워하는 것은 남자가 남자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한 지도이기 때문이라면? 여자가 장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도를 다르게 디자인할 수도 있을까?”

이런 의문을 바탕으로 이뤄진 연구 결과는 놀라웠다. 지도에 대표적인 지형지물을 배치하면 여자들도 남자들 못지않게 지도를 잘 읽었다. 다만 약간 다른 방식으로 읽을 뿐이다. 일반적인 지도는 여자들이 이런 특징을 반영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지도가 방향과 선으로 이루어져 남자들이 사용하는 인지 전략에는 적합하지만 지형지물을 기억해 지도 위를 바라보는 여자들의 인지에는 불리하다고 해석한다. 이런 전략적 차이는 길을 설명할 때도 마찬가지다. 남자들은 길을 알려줄 때 방위를 곧잘 언급하지만 여자들은 도중에 있는 건물이나 랜드마크에 집중한다.

여자들이 지도를 읽지 못한 이유가 진화 과정에서 남자만 쫓아 다녀서라는 피츠 부부의 주장도 재밌지만, 잘못된 종류의 지도이기 때문이라는 연구 내용도 신선하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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