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하늘의 꽃...굴원은 난초, 도연명은 국화로다
시는 하늘의 꽃...굴원은 난초, 도연명은 국화로다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1.25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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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명문장] <조선의 세자로 살아가기> 심재우·임민혁·이순구 외 지음 | 돌베개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조선 왕실에 가장 뛰어난 문인이 있었다. 죽어서야 왕으로 추존된 효명세자다. 그는 스물아홉 살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는데 10여 년간 쓴 400여 제의 시가 문집으로 남을 만큼 시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세자가 저술한 <학석집서> 서문의 탁월한 비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사람에게 시가 있는 것은 하늘에 꽃이 있는 것과 같다. 이 때문에 그 정영을 피워 그 꽃을 꾸미는 것이다. 사람이 성정이 없을 수 없고, 성정이 펴지면 시가 없을 수 없다. 이는 하늘이 기기가 없을 수 없고, 기기가 운행되면 꽃이 없을 수 없다.

그렇다면 배움에 근원이 있는 것은 꽃의 뿌리요, 시상이 막 떠오르는 것은 꽃의 태동이다. 시상을 얽어매는 것은 꽃의 꼭지요, 시에 절주를 넣은 것은 꽃의 무늬요, 읽어서 운이 있는 것은 꽃의 향기요, 살펴서 즐길 만한 것은 꽃의 빛깔이다. 혹 화려하고 농염하거나 혹 냉담하고 고고한 것은 꽃의 품질이다.

무릇 고인의 시는 모두 화보이다. 그 화보에 나아가서 그 품격을 확인하니 <시경> 300편이 하늘의 꽃인 것이다. 굴원의 <이소경>은 난초로 짝을 지워야 할 것이요. 도연명의 시는 국화로 짝을 지워야 할 것이며, 주렴계의 시는 연꽃으로 짝을 지우며, 임포의 시는 매화에 짝을 지운다. 그 밖의 형형색색의 것들은 비유하자면 이름 없는 꽃들 같아서 스스로 한종이 됨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중략)” -261쪽~262쪽 중에서, 효명세자, <학석집서> 서문 재인용.

탁월한 표현으로 시를 꽃에 비유해 시론을 전개한 대목이다. 권력을 둘러싸고 격변을 겪었던 세자들에 관한 <조선의 세자로 살아가기>(돌베개.2013)가 소개한 내용이다. 시가 지니는 개성을 각각의 꽃이 가진 다양한 미감에 빗댄 문학적 감성과 해석이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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