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뒤집기] 회장님 연봉 반납하면 청년 일자리 늘어날까?
[금융뒤집기] 회장님 연봉 반납하면 청년 일자리 늘어날까?
  • 김은성 기자
  • 승인 2015.09.07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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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금융 논란, 임금체계개편 위한 이벤트 등 뒷말무성..질좋은 일자리 만들어질까?

[화이트페이퍼=김은성 기자]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연봉 반납 행렬이 눈길을 끌고 있다. KB·신한·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연봉 가운데 30% 반납 의사를 밝힌 데 이어 BNK·DGB·JB금융지주 회장도 연봉 20% 반납에 나섰다. 해당 지주 계열사 대표ㆍ임원도 이같은 움직임에 동참한다. 이들이 공동 행동에 나선 이유는 청년 일자리 창출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관치금융 논란,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이벤트 등 뒷말이 무성하다. 지속가능한 청년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엔 한계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봉반납 움직임이 금융권 내 다른 업권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카드사에선 KB국민카드 김덕수 대표가 연봉의 20%를 반납하기로 했다. 신한카드와 하나카드도 논의 중이다. 보험업계도 협회 차원에서 연봉반납을 논의하고 있다. 우리·농협·기업은행은 신규 채용 확대방안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은 연봉반납 재원을 3년간 모으면 100억원에 달해 300여명을 채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연봉 반납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위 회의에서 "금융지주사들이 가장 어려운 문제인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하기로 한 것은 사회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치켜세웠다. 금융권 관계자 A씨도 "회장들이 먼저 희생하며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 점은 인정받아야 한다“며 “이들의 선의가 지속될 수 있도록 사회적 여론을 만들어 제도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년유니온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청년유니온 정준영 정책국장은 “선의에 의존하는 게 아쉽긴 하지만 이번 움직임을 통해 청년 일자리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는 계기기 됐으면 한다"며 "은행권이 양보다 질에 방점이 찍힌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금융권 수장들의 연봉 반납에 대해 너나 할 것 없이 칭찬일색이지만 금융권에선 뒷말이 무성하다. 금융 당국의 물밑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금융권 관계자 B씨는 “회장 연봉반납은  정부 정책방향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자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보여주기식 이벤트"라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2년간 구조조정으로 7500여명이 거리로 내몰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봉 삭감으로 신규 채용을 늘리겠다는 선의가 믿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장들의 연봉반납이 호봉제 중심인 은행권 임금체계 개편과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고용을 늘리기 위해 고임금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 노동계를 압박할 수단이 될 수 있다. 금융노조와 사용자협의회는 오는 11일 임금협상을 앞두고 있다. 사용자협의회는 호봉제를 연봉제로 바꾸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노조에 제시할 예정이다. B씨는 “청년고용을 위해 일부 은행에 임금피크제가 도입됐지만 임금피크제로 줄어든 비용은 대부분 파트타이머 등 단기 일자리를 만드는 데 쓰였다”며 “이번에도 좋은 일자리를 강제할 제도가 없으면 쇼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금융그룹 회장이 함께 연봉 삭감에 합의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금피크제 도입, 청년 채용확대 등 정부 기조에 부응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석현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현 정부의 자율 금융기조와는 배치되는 뜬금없고 갑작스러운 금융지주사들의 발표로 업계에선 의구심만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정부가 규제를 완화해 새로운 산업에 따른 일자리 창출로 사람과 산업이 함께 살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하지만 정부는 그런 고민을 은행에게 떠념겨 성과를 채우는 단기일자리 늘리기에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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