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담보·무이자 품앗이 은행 '토닥'을 아세요?
무담보·무이자 품앗이 은행 '토닥'을 아세요?
  • 김은성 기자
  • 승인 2015.07.27 0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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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청년연대은행 토닥 김진회 이사장..조합 형태 무담보·자율이자 대출은행
▲ 청년연대은행 '토닥'이 급전이 필요한 청년들의 사회 안전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토닥 김진회 이사장 (사진=토닥)

[화이트페이퍼=김은성 기자] 사회 초년생 10명 가운데 7명이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에 온라인이 뜨겁다. 청년을 부르는 5포 세대(연애·결혼·출산·인간관계·내집마련 포기)란 말이 다시 한 번 수치로 확인된 탓이다. 지난해말 기준 20대 한 명당 평균 빚은 1558만원. 대부분 학자금과 생활비로 생긴 것이다. 직장이 없거나 있어도 불안한 청년에게 은행은 그림의 떡이다. 국가와 은행을 대신해 가난한 청년을 지원하는 청년연대은행 토닥(이하 토닥)이 청년들의 사회 안전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토닥은 조합원이 매달 낸 출자금으로 급전이 필요한 조합원에게 소액대출을 해주는 곳이다. 만 15~39세 청년이면 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 출자금으로 5000원 이상 내면 첫 달부터 3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이사 돕기, 금융교육 받기 등 조합활동에 참여하면 신용등급이 올라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무담보·무이자(자율이자) 대출이다.

토닥은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가 숨지고 난 후 청년 100여명이 출자금 1000만원을 모아 만든 공제조합이다. 지난 2013년 설립 당시 모두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우려와 달리 토닥은 월급이 통장을 스쳐가는 청년에게 단비역할을 하며 순항하고 있다. 김진회(사진·25) 토닥 이사장은 “소액대출을 넘어 청년의 사회적 관계를 이어주고 서로가 서로에게 안전망이 되어주는 계모임 같은 곳"이라고 소개했다.

진회씨는 올해 2월 이사장에 취임하며 성균관대 물리학과에 자퇴서를 냈다. 토닥 운영에 집중하고 싶어서다. 그는 “물리학으로 밥 먹고 살 것도 아닌데 학기당 500만원에 이르는 등록금을 내며 졸업장을 따기 위해 비용과 시간을 들이는 게 아까웠다”며 “좋아하는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집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진회씨는 토닥이 성장할수록 청년의 사회안전망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언론보도와 입소문에 힘입어 100여명이었던 조합원은 440명으로 늘었다. 적립액은 1000만원에서 7100만원으로 늘었다. 기업이나 단체 후원없이 청년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이다.

토닥은 지난해부터 대출 이자율을 없앴다. 대출형태에 따라 붙던 연 1~2%의 이자율을 없애고 채무자가 이자율을 책정하는 자율이자제를 도입했다. 토닥이 지난해 받은 이자를 계산한 결과 지난 2013년보다 더 늘었다. 2013년 대출원금 대비 0.97%였던 이자수익이 지난해 1.18%로 증가했다. 대출 상환율은 약 88%. 강제로 상환하는 장치도 없다. 진회씨는 “믿음에 바탕을 둔 토닥의 운영 철학이 청년들에게 통하고 있는 것 같다”며 "돈을 빌리는 사람도 같은 처지의 또래가 십시일반 모아준 돈이라는 걸 알기에 늦더라도 반드시 갚으려 한다"고 전했다.

그가 협동조합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고등학교 시절 때부터였다. 수학이 좋아 강원과학고에 진학했지만 친구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는 “남들 따라 무작정 견디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며 “경쟁 말고 다른 방식의 삶을 살고 싶었다”고 했다. 물리학과에 진학한 후에도 고민은 계속됐다. 진회씨는 “주변을 보니 불안해하면서도 ‘나만은 잘 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확신에 경쟁에 매물된 친구들이 적지 않았다”며 “우리 사회 상위 1%가 되는 것보다 저를 둘러싼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현실적으로 보였다”고 했다.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우고 싶어 다양한 시민단체 활동에 참여했다. 강원도에서 서울로 올라와 혼자 생활하며 느낀 고단함을 털어놓고 싶을 때 토닥을 만났다. 평조합원으로 활동하며 대출을 받아 컴퓨터를 장만하기도 했다. 그는 “타지에서 고립감을 느꼈던 저에게 토닥은 사람과 어울리며 함께 사는 법을 가르쳐준 곳”이라고 했다.

토닥은 평상시 재무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실천하기 위해 건전한 재무생활을 위한 재무상담사 양성교육도 한다. 사채 등으로 빚이 너무 많아 토닥이 대출하기 어려운 청년은 정부가 운영하는 금융복지상담센터에 연결시켜 준다. 진회씨의 목표는 토닥을 거대한 조직으로 키우는 게 아니다. 그는 “토닥이 청년들에게 세상으로 향하는 통로이자 안식처가 되길 바란다”며 “토닥을 계기로 청년들이 상부상조하는 다양한 공동체들이 늘어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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