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입찰담합·평가로비 중심"…경실련, LH에 의혹 제기
"LH, 입찰담합·평가로비 중심"…경실련, LH에 의혹 제기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1.04.20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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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두 개 업체가 참여한 입찰만 66건
74건은 낙찰업체와 2순위 업체 간 가격 차이 1%도 안 돼
"LH 평가위원 입김 거세"…전관예우 여전
사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내부 정보 활용 투기성 거래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 국민에게 뭇매를 맞맞고 있는 가운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LH의 건설사업관리 용역에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진행된 용역 업체 낙찰 과정에서 담합은 물론, 전관예우가 관행처럼 이뤄져 왔다는 주장이다. 경실련은 이를 LH가 주도했다면서 검찰과 경찰 등이 조속히 수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경실련은 지난달 말에도 47개 건축사무소가 90여명의 LH 퇴직자를 영입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LH가 발주한 설계용역 수의 계약 가운데 절반 이상을 수주했다는 내부 자료를 공개했다.

■ 92개 중 66개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단 '둘'

20일 경실련은 기자회견을 열고 "LH가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계약을 체결한 건설사업관리 용역 사업 92건 가운데 단 2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한 사업이 66건으로 드러났다"면서 입찰담합 의혹을 제기했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11조에 따르면 경쟁 입찰은 2인 이상의 유효한 입찰로 성립하는데, 2개사 입찰은 무효 입찰 회피책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LH는 매년 ‘공동수급 제한 계약 규모 상위 업체’를 발표한다. 지난해까지는 상위 5개 업체끼리 컨소시엄(공동도급)을 구성할 수 없도록 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이를 10개 업체로 확대했다. 하지만 경실련이 발표한 실제 수주 현황을 보면 상위 10개 업체가 전체 92건의 사업 가운데 49건을 수주해 절반 이상을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실련은 "LH는 상위 10개 업체 간 공동수급을 제한해 왔기에 영리법인의 생리상 이들 상위 업체 간의 수주 경쟁은 당연히 발생돼야 했다"며 "하지만 단 2개 업체만 입찰에 참여한 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한 것은 발주청인 LH에 의한 묵시적 줄 세우기 담합"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경실련의 분석에 따르면 66건의 사업에서 단 2개 업체만 입찰에 참여했는데도 불구하고 낙찰률은 약 81%로 평균낙찰률과 동일한 수준이다. 낙찰률은 예정가격에 대비 낙찰금액(계약금액)의 비율이다. 따라서 낙찰금액이 높아지면 낙찰률도 증가한다. 또 분석 대상 92건 가운데 낙찰업체와 2순위 업체의 입찰 금액 차이가 1% 미만인 경우가 74건, 0.5% 미만은 58건에 달한다. 경실련은 이를 LH가 업체들을 순번으로 줄 세우고 경쟁사 짝짓기를 하면서 가격담합에 따른 낙찰률 상향을 회피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 '강제차등점수제', LH 내부 평가위원 영향력 키워

LH는 20억원 이상의 사업에 종합심사낙찰제를 운영한다. 경실련에 따르면 분석 대상 중 종합심사낙찰제가 진행된 85건 가운데 2개 업체만 참여한 사업이 65건(77%)으로 드러났다. 적격심사제로 진행된 7건에서는 이 같은 경우는 단 한 건에 그쳤다. 6개 이상의 업체가 참여한 사업도 4건으로 절반 이상을 나타냈다.

종합심사낙찰제는 각 입찰자의 입찰가격, 공사수행능력 및 사회적 책임 등을 종합 심사해 합산 점수가 가장 높은 자를 낙찰자로 결정하는 제도다. LH는 내부 평가위원 3명, 외부 평가위원 4명 등 7명이 업체별 점수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경실련이 공개한 LH 건설사업관리 용역 종합심사낙찰제 세부 기준에 따르면 평가 항목은 ▲관리역량 ▲기술역량 ▲유사용역실적 ▲전문가 역량 ▲사업수행방법 ▲작업 및 직원 투입계획 ▲전문가 역량 등을 통해 산정한다. 이와 함께 ▲사회적책임 ▲평가관련신뢰도 등을 평가해 감점을 매긴다.

자료=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자료=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이 가운데 ▲사업수행방법 ▲작업 및 직원 투입계획 ▲전문가 역량 등이 정성평가 항목인데, 경실련은 이 항목들에 강제차등점수제가 적용돼 있어 이 요인이 낙찰자 선정을 좌우한다고 강조한다.

강제차등점수제는 정성평가 항목으로 진행한 평가를 바탕으로 업체별 순위를 매기고 이를 평가 점수에 강제로 차등(10% 내외) 적용하는 제도다. 정성평가를 정량평가보다 우선하는 형태다. 현재 국내에서는 평가 항목별, 전문 항목별, 총점 등 3가지 방법 중 2가지 이상을 적용하고 있는데 평가위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있다.

LH가 종합심사낙찰제의 강제차등점수제로 사실상 낙찰 업체를 좌지우지한다는 주장이다.

경실련은 "강제차등점수제는 국토교통부 훈령 '건설기술진흥업무 운영규정'에 의한 것으로 법률적 근거 없이 만들어진 위법한 제도"라면서 "평가의 공정성을 파괴하는 세계 유일의 왜곡된 강제차등점수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3명이 낙찰 좌지우지…LH전관 업체, 10개 중 9개 가져가

이와 함께 경실련은 내부 평가위원이 3명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높은 점수를 준 업체가 낙찰된 사업이 83건이라고 밝혔다. 전체의 90.2%다. 반대로 내부 평가위원이 1위로 점수를 줬지만, 탈락한 사업은 9건(9.8%)에 그쳤다.

자료=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실련은 "2020년까지 LH 내부위원은 3명으로 통상 7명의 평가위원 중 절반에 미치지 못했지만, 낙찰 업체 선정에는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LH는 올해부터 내부 평가위원을 5명으로 확대했다고도 부연했다. 내부 평가위원의 입김이 더욱 세질 것으로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LH는 경실련이 제기한 평가위원 로비 의혹에 대해 평가위원을 평가일 하루 전에 발표해 실제 로비가 어렵고, 평가 과정을 온라인으로 중계하기 때문에 로비는 이뤄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실련은 또 일부 내부 평가위원의 잦은 평가 참여가 공정성을 해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92건 사업 가운데 1회 이상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인원은 296명이다. 3회 이상 참여한 내부 평가위원은 53명, 5회 이상 참여한 내부 평가위원은 16명이다. 6회 이상 참여한 내부 평가위원도 5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7회 참여한 내부 평가위원도 있었다.

자료=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실련은 또 전관을 영입한 업체에 유리한 낙찰 정황이 발견됐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개별 사업금액 상위 10개 현황을 살펴본 결과 LH전관 영입업체가 주관업체로 수주한 사업은 6건이다. 공동도급으로 참여한 사업까지 포함하면 9건을 LH전관 영입업체가 낙찰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LH 퇴직자를 영입한 업체가 거액의 사업을 모두 가져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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