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수소차…정부 그린 뉴딜, ‘득’ 아닌 ‘독’
갈 길 먼 수소차…정부 그린 뉴딜, ‘득’ 아닌 ‘독’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0.08.0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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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정부가 한국판 뉴딜의 일환인 '그린 뉴딜'을 통해 수소자동차 보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수소자동차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수소차 방식이 전혀 환경 친화적이지 않은데다 이제 막 시동을 거는 단계에서 지나친 홍보와 정책 추진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정부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5년 내에 20만대의 수소차를 보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이날 발표자로 나서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을 생활 영역과 군사용으로 확대할 수 있다며 수소를 활용한 생태계 전환에 포부를 드러냈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 6일 수소 전기 대형 트럭인 ‘엑시언트’ 10대를 스위스에 수출하기도 했다.

수소차는 긴 주행거리, 짧은 충전 시간, 친환경성, 대형차 적용 가능성 등으로 인해 미래 자동차 산업을 이끌 차세대 모빌리티로 일찍이 주목받았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997년, 일본은 1992년부터 수소차와 연료 개발에 착수했고 중국은 현재 10여개 기업이 수소차에 매달려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지난 2018년 9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에 최대 400만대의 운송용 수소 전기 트럭이 보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자료=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자료=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실제 수소차 보급도 빠르게 늘고 있다. 경기연구원이 지난 2월 발간한 ‘미세먼지 저감, 전기차·수소차 어디까지 왔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2018년 사이 세계 수소차 보급 증가 속도는 4.6배로 같은 기간 2.7배 늘어난 전기차보다 빠른 보급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소차가 전기차보다 11배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2019년 사이에는 전체 차량이 1.2배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수소차는 175배 늘었다.

하지만 수소차가 실제로 ‘궁극의 친환경차’, ‘그린 모빌리티’, ‘이동식 공기청정기’ 등의 수식어를 가질 만한, '그린 뉴딜'의 핵심 사업이 될 수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현재 완성차 제조업체가 내놓거나 개발 중인 수소차는 수소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사용하는 수소연료전지차(FCEV)다. 수소를 직접적인 연료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수소를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이다. 수소 연료를 생산하는 과정에는 부생수소, 천연가스 개질, 전기분해(수전해)가 있는데 현재 세계 수소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생산 방식은 천연가스 개질이다.

천연가스 개질 방식은 단가가 저렴하고 대량생산에 유리한 대신 수소 생산량의 8배에 가까운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환경을 외치지만 오히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경기연구원은 “수소차의 연료인 수소 연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화석 연료로 인해 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친환경이라는 표현에는 논란이 있다”고 설명했다.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 (사진=현대자동차)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 (사진=현대자동차)

독일의 경제학자이자 자동차 전문가인 페르디난트 두덴회퍼 교수는 “수소는 오늘날 원유나 천연가스에서 생산되는데 이는 우리가 바라는 녹색 에너지가 아니다”라며 “미래에는 수소가 전기로 생산된다고 하지만 생산 확대를 위한 인프라 구축 비용이 막대하게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기술로는 수소 자체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수소차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인 데 비해 과도한 정책 집행으로 향후 걸림돌이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부가 내놓은 수소차 활성화 방안은 거품이 큰 측면이 있다”며 “수소의 발생, 이동, 저장에 관한 것들이 명확히 해결되지 않았고, 세계적으로도 인프라 구축이 돼 있지 않아 시장에서 메리트가 없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과도하게 정책을 밀어붙인 측면이 있다”면서 “향후 정책의 방향이 바뀐다면 기업들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수소차가 버스와 트럭 같은 상용 차량에 적합하다고 분석한다. 연료탱크를 저장할 공간이 충분하고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디젤 연료를 대체할 수단에 수소가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규제 대응을 위한 친환경 차량의 필요성은 점차 높아지는 가운데 수소가 상용분야에서 가지는 강점은 높은 효율성”이라며 “승용과 달리 상용차는 차체가 크고, 수소를 저장하기 위한 공간 여유가 있다. 이러한 특징으로 수소차는 상용부문에서 내연기관, 그리고 다른 타입의 친환경 차량 대비 경쟁우위에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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