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이혜지 기자] 최근 라디오 뉴스를 듣다가 남성들이 상사나 동료 눈치를 보느라 '육아 휴직'원을 내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남성 육아 휴직 제도가 보편화한 듯 보이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낯설기 짝이 없나 봅니다. 직장인이 휴가 하나 맘대로 못쓰는 시대, 참 말이 되지 않지만 현실은 그렇습니다.
최근 금융권에서 참신한 뉴스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KB손해보험이 전 직원들에 한달치 휴가를 주기로 한 내용이 그것입니다. 이 회사는 유급휴가 10일에 개인 연차 10일을 붙여 모두 20일 휴가를 갈 수 있게 했습니다. 항공료도 200만원까지 지원한다는 파격적인 제도입니다.
그러나 언론에 알려지고 난 뒤의 일이 가관입니다. 해당 보험사는 난처한 입장이 되었습니다. 그룹의 타 계열사로부터 눈총과 핀잔을 받은 것입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계열사에서 "우리는 왜 그런 휴가제도가 없느냐"는 직원들의 투정과 불만, 항의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참고로 이 보험사가 속한 모 그룹은 은행부터 증권, 카드, 부동산신탁회사까지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한달치 휴가라는 선물을 주려던 이 결정이 "너네만 하면 우리는 어떡하냐"는 식의 눈치를 봐야하고, "너네만 그렇게 잘 났냐"는 특혜로 인식됩니다. 박수는커녕 질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버린 형국이 바로 우리의 현주소입니다.
국회 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당근로시간 수준은 OECD 주요국 상위권에 속합니다. 전체 취업자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의 주당 근로시간(39.7시간)은 멕시코(43.2시간), 코스타리카(42.4시간)에 이어 지난해 기준 OECD 주요국 중 세번째로 근로 시간이 길었습니다. 연간 근로시간은 2069시간으로 OECD 평균(1763시간)보다 306시간 많았습니다.
특히 금융권은 고액 연봉에 따르는 '영업'과 '과로'에 고객 대면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라는 3중고에 시달립니다. 최근 만난 한 금융권 직원이 한 "자기 자녀는 금융권 입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 그 현실을 대표합니다.
이제는 업무가 ‘빡신’ 금융권부터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직원 복지와 업무 혁신을 위한 KB손보의 새로운 실험에 전폭 지지를 보내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