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이아람 기자] 서로 팽팽하게 대립하며 긴장감을 조성하던 산업은행과 국민연금의 협상 테이블에 훈풍이 불고 있다. 반전된 분위기 속에서 오는 17일 국민연금이 사채권자집회에 앞서 투자위원회를 열고 최종결정에 나선다.
■ 평행선 달리는 산업은행과 국민연금
산업은행은 그동안 대우조선 회사채의 29%를 보유한 국민연금에 대해 채무조정에 동참할 것을 호소해왔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자금을 사용하는 것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며 대주주이자 국책은행인 산은의 추가감자, 출자전화 가액 인하 등 추가 손실 분담을 요구했다. 산은의 확실한 책임을 보여달라는 주장도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모든 이해관계자의 공평한 손실 분담 원칙을 내세워 국민연금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양측은 팽팽하게 대립했다.
냉랭한 분위기가 지속되자 대우조선해양은 최초로 단기법정관리의 일환인 P플랜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분위기 반전이 일어났다.
국민연금 측이 "산업은행과 상호 합의점을 찾았다"며 "양측의 실무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밝힌 것이다.
■ 국민연금 설득에 총력 벌인 산업은행…좋은 분위기 일궈내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지난 13일에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긴급회동 영향이다. 이전까지는 정용선 산은 구조조정부문 부행장이 강 본부장과 만나 논의 해왔으나 이 회장과의 면담이 성사된 것이다.
이 회동으로 평행선을 달리던 산업은행과 국민연금이 어느 정도 합의점에 도달했다. 각 기관의 의사결정권자들이 만나 서로의 입장과 오해를 털어내며 갈등 해소의 시발점이 됐다.
강 본부장은 전날 회동에 대해 "대주주로서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책임 있는 경영정상화 의지를 나타내며 '기금 손실 최소화 의지'를 이해하고 전향적으로 협상에 임해줬다"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을 만나 국민연금이 보유한 회사채의 50%를 출자전환 해주고 남은 부분에 대해서 3년 만기 연장을 해준다면 국책은행이 상환을 보장해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 선에서 국민연금에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상환 관련 문서 확약서를 써줄 수 있다며 한 발짝 물러났다.
논의에 들어간 국민연금을 위한 '핫라인'도 동해 추가 문의 사안에 실시간으로 답하며 국민연금 설득에 마지막까지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 고통분담 나선 대우조선해양도 국민연금에 호소
법정관리 돌입 문턱에서 선 대우조선해양은 역시 분주하다. 국민 혈세가 투입된 만큼 조기 정상화를 위해 전 임직원이 임금의 10%를 반납하고 고통분담에 나섰다. 노조와 사측도 갈등을 멈추고 회사 경영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날 대우조선 노조의 김종태 수석부위원장과 임성일 정책기획실장은 국민연금 설득을 위해 전주까지 직접 찾아갔다. 이들은 담당자와 면담 후 대우조선해양의 입장을 담은 서한을 전달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면담에서 "대우조선 회사와 구성원들 3만여명, 납품업체 직원과 부양가족까지 20만 명의 생계와 일터가 국민연금의 결정에 달려있다"며 "국민연금 측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