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아름다움> 최재천 (엮음), 이건용, 홍승수, 안상수, 김병종 지음 | 이음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아름다운 자연풍광 앞에서 때때로 영혼의 때마저 깨끗해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감탄만 나오고 말문이 막히는 찰나의 순간, 우리는 삶의 피안彼岸에 들어섰을지도 모른다. 최재천 교수가 만났던 침팬지의 뒷모습도 그러했다.
“그때 숲속에서 홀연 파파야 한 묶음을 들고 침팬지 한 마리가 나타났다. 지는 해를 발견한 그 침팬지는 쥐고 있던 파파야를 슬그머니 내려놓더니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노을을 15분 동안이나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해가 완전히 사라지자 터덜터덜 숲으로 돌아갔다. 땅에 내려놓은 파파야는 까맣게 잊은 채. 침팬지의 삶도 피안의 순간에는 까마득한 저 영원의 바깥으로 이어지는가? 그 순간에는 그도 생명 유지에 필요한 먹을 것 이상의 무언가를 찾고 있었나 보다.” <감히, 아름다움>(이음.2011) 에필로그 중에서.
삶의 피안(彼岸)이란 강 저쪽 둔덕이라는 의미다. 이른바 현세를 가리키는 차안(此岸)의 상대어로 해석할 수 있다. 진리를 깨닫고 도달할 수 있는 경지, 세속의 번뇌에서 벗어나는 순간이다. 침팬지가 쥐고 있던 파파야마저 잊게 한 초월적인 힘은 사실 우리의 주변, 가까운 곳에 있다. 고개를 들기만 해도 당장 눈에 담을 수 있는 아름다움들이다. 그저 우리 마음이 동하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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