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 여성직원은 왜 오래 남지 못할까
증권가에 여성직원은 왜 오래 남지 못할까
  • 이혜지 기자
  • 승인 2016.11.30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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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 업무 잘해도 영업능력은 미흡... 여성 임원 비율 1.5% 불과
▲ 전문가는 개인적인 성과, 잦은 이직, 네트워크, 영업 스킨십 등이 요구되는 증권업의 특성상 남성이 인정받고 승진하기 쉬운 문화라고 조언했다. (사진=픽사베이)

[화이트페이퍼=이혜지 기자] 남성 직원을 주로 채용해왔던 증권사에 여성 신규 채용이 늘고 있다. 하지만 여성 임원 비율은 1.5%에 불과하다. 

증권사는 업종 특성상 남성이 승진하기 쉬운 사회다. 성과주의, 잦은 이직, 인적 네트워크, 공격적인 영업활동 등이 남성에 좀 더 적합하다.

■ 증권사, 신입 여성 인력 채용 늘었다

CEO스코어가 올해 9월말 기준 지난해 말과 30대그룹 계열 증권사 6곳을 조사한 결과, 전체 고용인원(정규직, 계약직 포함)은 7267명으로 이 가운데 여직원은 평균 1.3% 증가한 반면, 남직원은 0.7% 감소했다.

금융권 자료에 따르면 현재 대졸 공개 채용에서 스마트한 여성들이 많이 채용되는 추세다. 채용 시 남성 할당제를 해야할 정도로 여성이 우수한 편이다.

■ 증권사 여성 임원 1.5% 수준, 0%인 곳도 수두룩

하지만 고용한 만큼 또 빨리 나가는 것이 여성 인력이다. 때문에 여성 임원은 극소수다.

증권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 여성 임원 현황은 미래에셋증권(2.2%), 삼성증권(5.4%), NH투자증권(2.7%), 대신증권(3.7%)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의 여성 임원 비율은 0%다.

국회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여성 고위직에 대한 정부 관심 강화로 은행권은 여성임원 배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반면, 증권가는 전혀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임원이 줄어드는 추세다.

여전히 직장내 ‘유리천장’이 존재하지만 결혼과 출산이 퇴사로 이어지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 시기에 여성이 육아를 이유로 퇴사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승진하는 여성 임원은 거의 미혼 여성이다"라고 말했다.

■ "네트워킹 요구, 남성에 강한 증권사 IB-자산 관련 업무"

증권사의 여성 임원 진입을 막고 있는 이유중 하나는 여성의 부서별 직무 편중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금융권(은행, 증권사, 보험)의 직무 분포는 영업마케팅(76.6%), 경영관리(11.9%), 영업지원(4.6%), 자산관리(2.6%), 보험(2.6%), 자산운용(1.1%), 투자은행(0.6%) 순으로 집계됐다. 증권사의 요직으로 꼽히는 자산관리, 자산운용, 투자은행 부문의 여성 인력은 손꼽을 만한 수준이다.

은행(6.8%)과 비교해도 증권사의 여성 임원 비율(1.5%)이 적은 이유는 증권사 문화의 동적인 특성도 한몫 한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사의 여성 임원 비율이 적은 이유가 여성들이 차별받기 때문이라는 말이 많은데, 이는 맞지 않다"며 "오히려 증권 업종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령 같은 금융권 안에서도 은행은 조직안에서 위계질서나 내부질서를 통해 승진하는 방식이라면 자기 성과를 중시하는 증권사는 영업을 뛰어 바로 결과가 수익으로 이어지고, 거래처를 뚫거나 딜을 해 결과를 바로 내는 성과제가 두드러진다.

이직이 잦은 증권사 문화도 또다른 이유다. 이석훈 연구위원은 "자체적으로 스카웃 방식으로 이직하거나, 커리어를 중시하는 증권사의 이직 문화는 잦은 편이다. 은행과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서류 업무보다 네트워크나 스킨십 등이 중요한 증권 업무, 가령 IB, 자산관리, 자산운용은 (군대문화를 거친) 남성들에게 더 적합하고 유리한 편이다.

이 연구위원은 "IB 등은 대외적으로 네트워크를 쌓는 게 필수고, 이러한 네트워크 구축이 성과에 영향을 크게 줄 수 있다"며 "문서 작성에 강한 여성들은 술자리, 골프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증권사는 네트워크, 외부활동으로 시장 정보를 가져와 투자하는 경우가 많고, 기업평가나 분석 역시 외부에서 정보를 취합하는 능력이 요구되는데 이러한 업무 특성 상 여성들이 쟁취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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