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파생시장... 개인투자자 문턱 여전히 높아
갈 길 먼 파생시장... 개인투자자 문턱 여전히 높아
  • 이혜지 기자
  • 승인 2016.11.24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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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정책 실효성 없어, 금융위 더 대담해져야"

[화이트페이퍼=이혜지 기자] 움츠려든 국내 파생상품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지난 22일 ‘파생상품 경쟁력 제고 및 파생결합증권시장 건전화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시동은 걸었으나 반쪽짜리 정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문가는 개인투자자의 파생시장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다는 판단이다. 높은 기본예탁금, 옵션 거래를 위한 기간 유지 등이 개선되지 않은 점은 특히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파생상품 시장의 조류와 다르게 '뒷걸음질' 치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는 더 대담한 제도 완화가 필요하다. 

■ 개인투자자 기본예탁금 최저 3천만원... 진입장벽 높다

금융위는 코스피200 선물옵션(미니) 거래단위를 현행 50만원(10만원)에서 25만원(5만원)으로 낮추고, 개별주식옵션의 거래승수를 현행 10에서 1, 10, 100으로 다양화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의 파생시장 진입을 위한 기본예탁금 1단계 3,000만원, 2단계 5,000만원를 그대로 유지했다.

아울러 현물 포지션 헤지를 위한 개인투자자 헤지전용계좌를 도입했다.

이에 대해 유안타증권 이중호 연구원은 '금융위 파생상품 건전화 방안'으로는 파생상품 시장을 활성화하기에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중호 연구원은 "개별주식옵션을 다양화하기 위해 거래 승수를 다양화한 변화, 개인투자자의 헤지전용계좌를 도입하는 등 진입규제를 낮추려는 노력은 보이나, 개인 투자자들의 파생상품시장 참여를 늘리려면 기본예탁금을 낮추는 게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데 그걸 결국 손을 대지 않아 반쪽짜리 방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위는 투자자 진입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의무교육 시간도 30시간에서 1단계 10시간으로 완화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전문가는 "본격적인 옵션 거래를 위해서는 1년 이상 경과라는 기준을 남겨 뒀다는 측면에서도 여전히 아쉬움은 존재한다"고 밝혔다.

■ 누구를 위한 완화인가... 기관투자자 판만 커졌다

일각에서 이번 파생상품 완화 제도는 기관투자자의 투자 판을 만들어준 측면이 더 강하다고 살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에 코스피 200선물 옵션 거래 승수를 절반으로 줄여 거래대금 부담을 줄여 일부 개인 투자자들의 진입 장벽을 다소 완화해준 측면은 있으나, 기존에 활황을 띄던 파생상품 시장 눈높이에서 바라보면 아직 부족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전균 연구원은 특히 "이번에 기관투자자 중심의 매매 채권, 통화 상품 개발 비중을 더 원활하게 만들어 준 것은 시장이 개인투자자를 위한 유동성 시장보다는, 기관투자자 비중이 크도록 파생상품 역할 길을 마련해준 제도"라고 평가했다.

금융위는 이번에 주식관련 파생상품을 다양화했다. 특히 미니달러선물과 초장기채권 선물을 개발하도록 허용한 점은 개인보다는 기관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 '찔끔 완화'는 의미없어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주요 증권사의 파생상품관련 이익이 전분기에 비해 1조4803억원 늘면서 증권사 자기매매이익이 96% 증가했다. 두드러진 실적은 파생상품관련 손익이 전분기 적자에서 6077억원으로 흑자전환한 것이다.

하지만 파생상품 시장의 활성화에 이번 금융위 제도 완화가 단초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해 전문가는 의문을 보였다. 그는 "이번 제도변화로 시장 활성화 기대는 힘들다. 찔끔찔끔 공무원 스타일로 규제를 풀어 효과가 크다고 볼 순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지난 몇년간 파생상품 시장이 하도 위축돼 자율적인 반등이 나타났을 뿐이지, 자금이 본격적으로 파생으로 몰렸다고 볼 수 없다"며 주가지수가 너무 빠지니 헤지를 하려는 수요로 선물매도를 나선 측면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이 발표한 ‘세계 외환 및 장외파생상품 시장 통계’에 따르면 세계 장외 금리파생상품시장의 거래규모(4월기준)는 3년전(2조3000억달러)에 비해 15.4% 증가한 반면, 같은기간 우리나라의 거래규모는 3년전(78억4000만달러)에 비해 15.6%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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