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포스트잇] 의사의 소신이란 권위에 맞설 줄 아는 것
[책속의 포스트잇] 의사의 소신이란 권위에 맞설 줄 아는 것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10.28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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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없이 회의하라> 김동완 지음 | 레드베어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지난 25일 서울대 학생들이 고(故) 백남기 씨의 사망진단서 관련 담당의였던 백선하 교수의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직업윤리에 어긋난 사망진단서 작성과 논란투성이인 사망진단서에 근거한 부검 영장 청구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다.

계속되는 논란에도 요지부동인 백 교수의 모습을 보면서 의사의 소신이란 대체 무엇인지 반문하게 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랄까. 그와 다르게 직업의식이 뚜렷한 의사에 대한 미담이 있다. 권위에 소신으로 맞선 수련의 이야기다.

한 수술실, 환자 수술 마지막 봉합 단계에서 전문의와 수련의 간에 마찰이 있었다. 수련의는 대학 졸업 후 대형병원에서 수련의로서 실습하게 됐다. 게다가 그 병원 외과 분야에서 최고로 꼽히는 전문의와 함께 수술실에 들어가는 행운을 얻게 된 참이다.

그런데 수술 마지막 봉합 단계에 이르러 사용한 거즈 수와 수거한 거즈 수가 하나 모자란 것을 알았고 곧바로 전문의에게 수술부위를 다시 검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자 전문의는 수련의를 흘깃 쳐다보더니 들은 체도 안 하고 당장 봉합하라고 지시했다. 그렇지만 수련의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의사 양심상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나머지 거즈 한 조각을 꼭 찾아야 합니다. 그게 이 환자를 책임지는 행동입니다.”

수련의의 태도에 수술실 안의 다른 수련의와 간호사들은 속으로 조수의 앞날이 이제 끝이라 생각했다. 전문의의 권위에 맞선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테이블 없이 회의하라>(레드베어.2016)에 등장하는 이야기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7인을 만나다> 재인용)

수련의는 어떻게 되었을까. 반전은 다음 대목이다. 전문의는 종전과는 태도를 바꿔 수련의를 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뒷짐 지고 있던 왼손을 들어 올려 보인 건 나머지 거즈 한 조각이었다. 제자로 삼을 수련의를 고르기 위한 시험이었던 것.

책에 등장하는 미담이지만 전하는 의미는 크다. 권위에 짓눌리지 않은 이성적인 판단과 윤리적인 행동은 진정한 의사의 소신을 보여준다. 당장 직면한 상황을 회피하는 게 최선의 결정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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