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法)은 누구의 편인가, '정의'의 두 얼굴
법(法)은 누구의 편인가, '정의'의 두 얼굴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7.14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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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의 열린 법 이야기> 김영란 지음 | 풀빛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법이 사라지면 우리 사회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무법 천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혹시 법이 무법천지를 만든다고 한다면? 고개가 갸우뚱해질 지 모른다.  

'김영란 법'으로 유명한 김영란 서강대 석좌교수는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과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통해 화두를 제시한다. 먼저 법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하는 <파리대왕>이다.

한 무리의 영국 소년들을 태운 비행기가 무인도에 추락한다. 5세에서 12세의 소년들만 덩그러니 남은 상황. 무리는 랠프라는 소년을 지도자로 세우지만, 그 반대 편에 질서를 어지럽히는 새로운 잭 패거리가 생겨난다.

잭은 소년들의 약한 마음과 혼란스런 상황을 이용해 법을 무시하고 공포를 일으킨다. 랠프가 가지고 있던 발언권의 상징 ‘소라’를 부숴버리는 일이 상징적인 사건이다. 잭은 랠프를 사냥감 삼아 무자비한 몰이를 시작한다. 덩굴로 몸을 피한 랠프를 몰아내려 지른 불은 섬 전체로 번지고 만다. 

김영란 교수는 이를 두고 “법이 사라진 세계를 지배하던 세력이 공포를 조장해 자리를 잡은 후, 법을 등장시키고 그 법을 내세워 지배권을 강화했다.”고 말한다. <동물농장>도 이와 다르지 않다.

<동물농장>은 인간을 몰아내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려는 동물들 세계에 폭압이 나타나면서 법이 조금씩 바뀌는 상황을 보여준다. <동물농장>은 법이 조금씩 지배자들에게 유리하게 고쳐지는 사회다. 또한 법이 권력 앞에 정의롭지 못한 사회다.

두 이야기는 우리에게 법의 존재 이유와 정당성, 필요성에 대한 생각을 환기시킨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우장창창’ 강제 철거 사건이 대표적이다. 18일 힙합 듀오 리쌍은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건물에 세 든 음식점 '우장창창'에 대한 강제집행을 ‘법대로’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일부 네티즌은 “법의 존재 이유가 뭐냐.”며 반발하고 있다. 관련 ‘상가법’이 지난 2013년과 2015년 2차례 개정 되었지만 세입자의 권리보다 건물주의 재산권을 더 위에 두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김영란 교수는 최근 나온 <김영란의 열린 법 이야기>(풀빛. 2016)를 통해 정의의 문제를 다루며 법치주의의 함정을 고발한다. 책의 한 대목이다.

“법은 ‘그릇’이라는 것입니다. 이 말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습니다. 무엇을 담을지는 담는 사람 마음이라는 것 하나와, 담는 사람도 일단 그릇의 틀에 구애를 받게 된다는 것이 다른 하나입니다. 법이라는 그릇을 채우는 사람도 그 법에 구속된다는 것을 우리는 법치주의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그릇을 채운 행위를 정의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책은 '과연 우리 사회의 법은 무엇을 담고 있는지, 법은 누구 편인지' 되돌아 보게 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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