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해외진출탐구] ① 손바닥 뒤집듯 몇 년 만에 철수..몹쓸 관행 만연
[증권사 해외진출탐구] ① 손바닥 뒤집듯 몇 년 만에 철수..몹쓸 관행 만연
  • 이혜지 기자
  • 승인 2016.06.10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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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나라 보내 놓고 초단기 흑자 타령 예사..국내 실적 나쁘면 해외점포 희생양 삼기도
▲ 12개 해외출점 국가 가운데 미국, 싱가포르 등 5개국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해외진출에 나선 지 불과 몇 년 만에 철수하는 점포가 속출했다. 손실만 키우느니 과감한 포기가 나을 수 있지만 철저한 사전 조사나 현지 영업력 강화 없이 무리하게 출점한 탓 아니냐는 의구심이 두터워졌다. 국내 증권사 글로벌 경쟁력은 어떻게 갖출 수 있을지 모색하는 시리즈에 들어가는 이유다. <편집자 주>

[화이트페이퍼=이혜지 기자] "2~3년 만에 처음 진출한 해외 시장에서 실적이 나오면 얼마나 나오겠어요? 금융당국 지원도 미흡합니다. 구체적인 조사, 장기 계획 구상도 없이 일단 출점하고보자는 식이라면 경쟁력이 있을 리가요."  

해외점포 출점에 공을 들였다가 초단기 폐쇄 결정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는 A증권사 한 관계자. 그는 아직도 당시 철수 결정만 생각하면 아쉽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치민다고 했다. 

해외 사업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나서는 다른 금융업권과 달리 증권사만 유독 해외점포를 줄이는 사연은 어디서 비롯한 것일까.

■ 감소 거듭 해외점포, 순이익은 들쭉날쭉 

해외 출점 국내 증권사 해외 점포 수는 꾸준히 줄고 있다. 지난 2013년 말 84개이던 것에서 2014년 80개로 줄어든 뒤 지난해 말 75개로 다시 줄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NH투자증권이 2개를 폐쇄했고 유안타증권,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등도 한 개씩 폐쇄했다. 

해외 출점 국내 증권사 손익 현황은 들쭉날쭉이다. 지난 2013년 말 기준 당기순이익은 우리돈으로 282억원7960만원였다가 2014년에 193억5530만원으로 31% 감소했다. 그러다 2015년 다시 277억10만원으로 30% 늘었다. 

해외점포 한 곳에서 버는 순익은 2013년 3억3000만원에서 2014년 2억4000만원으로 줄어든 뒤 지난해에 3억6000만원으로 복구했다. 규모도 적지만 3년 동안 제자리걸음 한 셈이다.

▲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해외 출점한 국내 증권사들의 손익 현황은 들쭉날쭉이다. 해외점포수는 빠르게 줄고 있다. (사진=화이트페이퍼)

지역별 격차도 심하다. 몽골, 중국, 싱가포르, 미국, 태국 5개 지역에선 적자 수렁에 빠져 있다.

■ 경쟁우위도 차별화도 없으면? 

전문가들은 국내 증권사들이 글로벌 강자들과 경쟁에서 우위에 오를 만한 강점이 부족하고 '차별점' 또한 갖추지 못한 상태라고 서슴 없이 비판하고 있다. 

저성장 국면에 이른 한국경제의 대안이 '해외시장'이라는 데에는 다들 동의한다. 국내시장만으론 증권사들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꾀할 수 없어서다.

최근에는 해외 증권시장 투자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의 수요가 늘고 있지만 국내 증권사들이 완벽하게 감당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라 있는 처지다.

해외 시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얻고 싶어하는 욕구를 풀어주지 못하면 국제적으로 이름난 IB(투자은행)들에게 일할 거리를 뺏기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해외 진출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동하려면 현지 시장에서도 성공하는 투자회사임을 입증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지구 전체가 연동돼 버린 금융시장 상황상 상품 차별화는 큰 의미가 없지만 현지 거래고객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는 중요한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아울러 10년 이상 내다보는 긴 안목으로 인력을 기르고 글로벌 강자들에 뒤지지 않는 리서치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CEO 바뀌면 손바닥 뒤집는 근시안도 문제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해외로 떠나기 쉬운 만큼 쉽게 돌아오는 이유는 왜일까? 먼저 단기간 수익률에 민감한 증권업계 단기업적주의 풍토가 손꼽힌다.

B증권사 한 관계자는 “해외 점포 첫 3년 동안은 순전히 투자만 있고 수익은 나지 않는 구간이고 5년 안팎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면 다행이다. 그래서 10년 정도 기간을 내다보고 가야할 텐데 단기 성과만을 따지다 오래 기다려주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권사 경영연속성이 취약한 지배구조를 꼬집는 지적의 소리도 들린다. 

B증권사 한 관계자는 "오너 리더십이 확고한 모 증권사는 해외 진출할 때 시작부터 멀리보고 투자하겠다는 전제를 미리 깔고 갈 수 있지만, 전문경영인이 CEO를 맡은 경우 CEO가 바뀌면 미련 없이 철수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 초기 투자비용만 고스란히 날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 국내 부문 실적따라 일희일비 고리 끊어야 

심지어 현지 사정에 맞게 영업능력을 갖추도록 뒷받침 해줘야 할 국내부문이 오히려 해외점포를 하루살이 처지로 몰리게 만드는 상황도 연출된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국내 부문 실적이 좋을 때 적극적으로 밀어 냈던 해외지점인데 국내 부문 실적이 나빠졌다고 무작정 폐쇄하는 경우다. 

국내 시장에서 '위탁매매 실적'이 떨어지면 해외점포 경영실적과 무관하게 해외점포를 접고 파견했던 모든 직원들을 철수시킨 사례마저 있다는 지적이다.

▲ 국내 증권사 해외점포 출점은 국내 부문 실적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는 모양새다. (자료=금융투자협회)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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