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명문장] 함께 추억을 만들까, 혼자 자유를 누릴까... 소설가 김연수, 고통 이기는 건 '추억의 힘'
[책속의 명문장] 함께 추억을 만들까, 혼자 자유를 누릴까... 소설가 김연수, 고통 이기는 건 '추억의 힘'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4.25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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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지음 | 마음의숲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글쓰기나 달리기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다.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게 귀찮거나 자유를 원하는 사람에게 제격이다. 소설가 김연수의 경우가 그랬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들을 둘 이상의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다소 구속이 되더라도 추억을 만들 수 있다.

김연수의 산문집 <지지 않는다는 말>(마음의숲. 2012)에 따르면, 그가 누구와 같이 글을 쓴다거나, 다른 사람과 함께 책을 읽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더구나 무리를 지어 운동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이유로 혼자 새벽의 공원길을 달리고, 사람들을 피해 낮 12시에 혼자서 달리곤 했다.

그에게도 예외가 있었으니, 초등학교 친구와 함께 테니스를 치는 것. 둘은 늘 하듯이 시합을 했고, 그는 졌다. 내기에 진 그는 물을 사러 슈퍼마켓에 갔다 아이스크림도 샀다. 옛날에 먹었던 ‘보석바’였다.

보석바를 본 친구도 “어, 보석바가 아직도 나오네”라며 반색했다. 둘은 어렸을 때 먹었던 아이스크림 이야기를 한참 떠들었다. 그것을 먹었던 시절의 다른 이야기들도 함께.

“그때 나는 깨달았다. 추억을 만드는 데는 최소한 두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혼자서 하는 일은 절대로 추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161쪽)

그가 나이가 들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들이 점점 소중하게 느껴지는 까닭이 거기 있었다. 물론 언젠가는 친구나 그들과도 영영 헤어질 것이다.

“누군가 우리 곁은 떠나고 난 뒤에 우리가 그 고통을 견디기 위해 기댈 곳은 오직 추억뿐이다. 추억으로 우리는 죽음과 맞설 수도 있다. (중략) 혼자서 고독하게 뭔가를 해내는 일은 멋지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결국 우리를 위로할 것이다.” (162쪽)

혼자 자유를 누릴 것인가, 함께 추억을 만들 것인가. 마치 결혼을 하지 않고 자유를 누릴 것인가, 아니면 구속받더라도 함께 추억을 만들 것인가와 같이 힘든 질문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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