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혹시 바닥에 떨어져 깨져 버린 달걀 때문에 울어본 경험이 있는지. 미국 작가 폴 오스터가 쓴 <달의 궁전> 속 주인공은 그랬다. 그는 자신의 하루 치 식사로 삶으려던 달걀 두 개가 바닥에 떨어져 깨져버린 ‘조그만 재난’이 자신을 익사시킬 뻔했다고 말한다.
“달걀은 떨어지자마자 그대로 박살이 났다. 나는 그것들이 마룻바닥 위로 번지는 동안 겁에 질려 서 있던 내 모습을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다. 샛노랗고 반투명한 달걀의 내용물이 마루 틈으로 스며들면서 순식간에 질퍽한 점액과 깨진 껍질이 사방으로 번졌다.
노른자 한 개는 기적적으로 떨어져 내린 충격을 견뎌냈지만 내가 몸을 굽혀 그것을 떠올리려고 하자 스푼에서 미끄러져 깨지고 말았다. 나는 마치 별이 폭발할 것 같은, 거대한 태양이 막 사라져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노른자가 흰자위로 번지더니 다음에는 거대한 성운, 성간星間 가스의 잔해로 바뀌면서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내게는 그 노른자가 너무 엄청난 것,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마지막 지푸라기였기에 그 일이 일어나자 나는 그만 털썩 주저앉아 엉엉 울고 말았다.” (p.143)
이 내용은 소설가 김연수의 산문집 <우리가 보낸 순간>(마음산책. 2011)에 등장한다. 김 작가는 자신이 읽었던 소설에서 인상적인 대목을 소개하며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들려준다. 저자가 책에서 뽑아낸 문장들과 그의 사유가 반짝인다.
“저는 순간瞬間이라는 말을 좋아해요. 눈꺼풀이 한 번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그 짧은 찰나 말이죠. 처음으로 꺼내 입은 스웨터에서 옷장 냄새가 훅 풍기던 순간, 달리기를 한 뒤에 등을 수그리고 심호흡을 할 때 이마의 땀이 운동장 바닥으로 뚝 떨어지던 순간, 작업실 창 옆으로 새 한 마리가 휙 날아가던 순간.
그런 순간들 속에 나의 삶을 결정짓는 모든 의미가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면, 아무리 짧은 순간도 그냥 보낼 수 없잖아요. 기나긴 인생이란 결국 그런 순간들의 집합체죠.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도 있어요. 자, 여기 달걀이 하나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 달걀은 떨어져 박살이 납니다. 바로 그 사실 때문에 주인공은 주저앉아 엉어 웁니다.
저는 조국이나 민족을 위해서 엉엉 우는 사람은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계란말이를 먹다가 옛 애인이 생각나서 우는 사람은 봤습니다. 그게 다 우리가 보낸 순간들 때문이겠죠.” (p.146)
기나긴 인생이란 결국 짧은 순간들의 집합체라는 김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다. 결국 고통스런 기억이나 잊고 싶은 순간도 나중에 돌아보면 추억이 될 수 있다. 순간 순간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다면 삶이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