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이별에 관한 소설5 <설국>의 명문장
사랑과 이별에 관한 소설5 <설국>의 명문장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1.04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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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명문장] <우리가 보낸 순간> 김연수 글 / 마음산책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작가 김연수에게 사랑이란 두 사람이 ‘어떤 나라’를 함께 여행하는 일과 비슷하다. 이때 어떤 나라는 두 사람만이 가본 이상한 나라다. 이별이란 그 나라에 사랑하는 사람을 남겨두고 혼자 국경을 넘는 일이다.

작가 김연수가 사랑한 소설 속 문장들을 발췌해 엮어낸 산문집 <우리가 보낸 순간>(마음산책. 2011)에서 그가 들려주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책에서 그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일부를 발췌해 소개한 후 사랑에 대한 자신의 사유를 들려준다.

“사랑이란 두 사람이 어떤 나라를 함께 여행하는 일과 비슷해요. 두 사람만이 가본 이상한 나라. 그러다가 헤어진다면 그 나라에 사랑하는 사람을 남겨두고 혼자서 국경선을 넘는 일. 출국심사를 받기 전, 그간 동고동락했던 현지인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누는 것처럼, 헤어질 때가 되어 ”당신은 좋은 여자야“라고 말하는 건 남자들의 상투적인 수법이지요.

그건 예의상 하는 말에 불과해요. 왜,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유명한 별사도 있었잖아요. 하지만 이제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며 허둥지둥 출국 심사장을 빠져나와 그 나라의 국경을 넘어가자마자, 그들은 알게 되죠. 이제 자신이 다시는 그 나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걸. 자신은 영원한 입국거부자의 신세가 됐다는 걸.

모든 게 끝나고 나면 사랑했던 기억은 상투적으로 회고됩니다. 모든 여행의 기억이 낭만적으로 떠오르듯이. 그때가 되면 다들 알게 될 거예요. 상투적으로 회고되는 그 모든 기억 속에서 가장 낯선 말이 그 말이었다는 걸. 당신은 좋은 여자야.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가 왜 헤어진 것인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그 말. 당신은 좋은 여자야.” (p.52)

당신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 이별이란? 나이가 들어도 ‘좋은 여자’라면서 이별을 통보하는 남자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말은 어떤가. 얼마나 많이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해 봐야 이런 말들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랑은 참으로 오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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