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이책] 정여울 작가, '무식쟁이'인 것을 기쁘게 깨닫는 것이 '진짜 공부'
[추천 이책] 정여울 작가, '무식쟁이'인 것을 기쁘게 깨닫는 것이 '진짜 공부'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3.31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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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할 권리> 정여울 지음 | 민음사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지금까지의 공부가 즐겁지 않았다면 당신은 '가짜 공부'에 시달렸기 때문일 것이다.

'진짜 공부'를 찾아 20년간 헤맸다는 정여울 작가. 그녀는 <공부할 권리>(민음사. 2016)를 통해 진짜 공부에 대한 정의를 내놨다.

진짜 공부란 ‘넌 지독한 무식쟁이야!’ 라는 것을 기쁘게 깨닿고 배움이 신명나며, 결국 '진정한 자존감을 지키는 힘이 되 주는 것'이다.

정여울 작가는 어떻게 진짜 공부를 만났을까.

그녀는 우리가 부러워할 스펙을 지녔다. 일류 대학을 나왔고, 현재는 아주 잘나가는 문학 평론가이자 저자로 활동 중이다. 이런 그녀도 정작 자신을 이룬 “팔 할의 감성은 삐딱함과 서글픔과 왕따의 공포였다”고 전한다.

그녀는 10여 년 동안 시간표도 선생님도 없이 자신만의 ‘작은 마음의 학교’에서 스스로 배우고 익혔다. 이 책에서는 그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대상은 여러 책과 영화, 작가들이다. <리어왕>과 <이방인>,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에>와 <플라이트Flight>, 마르크스과 시인 파블로 네루다까지 다양하다.

그녀는 니체가 쓴 <즐거운 학문>의 한 문장을 읽고 “불에 덴 듯 뜨끔”한 적이 있다. 그것은 “우리 청각의 한계, 즉 인간은 대답할 수 있는 질문만을 듣는다”는 것. 그녀에 따르면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은 못 들은 척 하는 것이 인간의 자기방어기제인지 모른다.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은 우리를 망설이게 하고 움츠러들게 한다. 그리고 더 크고 깊은 질문으로 데려다주기도 한다.

이와 함게 네루다의 시집 <질문의 책>은 우리 청각의 한계를 실험하는 멋진 질문들로 그득하다고 소개한다. 이런 식이다.

““말해 줄래? 장미가 발가벗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게 그냥 그녀의 옷인지?”라는 질문을 읽으며 싱긋 미소 짓고, “나무들은 왜 그들 뿌리의 찬란함을 숨기지?”라는 질문 앞에서 가슴이 쿵 내려앉습니다.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이런 질문은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나, 이미 성인이 되어 만난 지인들의 얼굴 뒤에 아직 희미하게 숨어 있는 어린 시절을 상상하게 만듭니다.” (332쪽)

익숙한 질문의 문법을 부숴 버리는 네루다식 질문법. 그녀는 그처럼 질문들을 생각하다 보면 마음의 혈류가 다르게 움직이고 꽉 막혀 있던 생각의 물꼬들이 와르르 터져 흘러가기 시작했다.

자격증이나 점수를 따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문학과 철학과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미치게 좋았다는 그녀. 그것들을 공부할수록 자신이 무식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고, 그 순간 진짜 배움이 시작되었고 공부가 신명났다.

그녀가 산문처럼 진솔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진짜 공부를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용기를 준다. 책을 잡았다면 꼭 에필로그 “공부, 나의 존엄을 지켜 주는 최고의 멘토”까지 읽어보길 권한다. 마음 찡해지는 문장을 만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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