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위주 천편일률 대형서점을 거부한다... "독립책방"
베스트셀러 위주 천편일률 대형서점을 거부한다... "독립책방"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3.0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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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독립책방> 북노마드 편집부 (엮음) 지음 | 북노마드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물고기이발관, 5KM, 베로니카 이펙트, 200/20. 무얼 뜻하는 단어들일까? 바로 우리나라에 있는 독립책방 이름들이다. 책이 팔리지 않아 출판계와 서점이 어려운 시대. 작은 책방은 자꾸 생겨나고 그곳에서 판매하는 책들은 모두 팔려 나가기도 한다. 이런 일들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

전국 29곳의 ‘독립책방 책방지기’들과의 인터뷰를 담은 <우리, 독립책방>(북노마드. 2015)에 그 답이 있다. 독립책방이란 책방 주인이 자신의 기호와 판단대로 선택한 책을 파는 곳이다. 그런 이유로 모든 분야의 책을 다 판매하는 대형 서점이나 동네 서점과 달리 특정 분야의 책만 구비하는 경우가 많다. 여행이나 사진관련 책과 그림책, 그리고 일반 단행본이나 독립출판물들이다. 적은 수량만 입고되는 것이 그들의 ‘묘미’다.

이 책은 책방 주인들에게 책방은 무엇인지, 왜 독립책방을 하는지, 운영하면서 어려운 일은 무엇인지 등을 질문한다.

마포구에 위치한 여행책방 ‘일단멈춤stop for now’의 책방지기 송은정. 책방을 운영하기 전 인문/역사 분야의 출판사에서 일했고 잡지사에서 에디터로 일했다는 그녀에게 서점은 ‘욕망의 결정체’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여기에 다 모아놨거든요. 책과 여행 소품도 있고, 책을 만들 수도 있고, 나만의 공간이기도 하고요.” (63쪽)

스페인어로 ‘얼굴’, ‘표정’이란 의미를 가진 단어 '프렌테Frente'. 이곳의 책방지기 이응민에게 서점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감성’이다. 인터넷 매체가 채워줄 수 없는 욕구를, 만질 수 있는 물성을 지닌 매체가 해소해주고 위로해 준다는 것. 또 다른 이는 서점을 ‘동아리방’이라 하고, 누구는 ‘사람을 만드는 곳’, ‘위로하고 위로받는 공간’이라 한다.

대전에 위치한 ‘도어북스’의 책방지기는 자신의 책방이 “누군가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주지 않더라도 잔잔하게 스미듯이 누군가의 마음에 좋은 에너지를 전해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전한다. 그들은 책이 많이 팔리는 것도 좋지만 많이 ‘읽혔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런 이유로 책방에 가져다 놓은 소량의 책이 다 팔리면 그 책 대신 다른 책을 진열한다.  ‘다시서점’의 김경현 책방지기는 말한다.

“대형 서점에서는 베스트셀러나 팔기 위한 책들을 제외하고는 책등만 보이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는 책의 얼굴이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책의 얼굴에는 수많은 편집자들과 디자이너들이 고심한 디자인이 새겨져 있으니까요. (...) 서가에 비치한 책들을 계속 바꿔가며 한번이라도 더 손님들에게 읽히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163쪽)

책이 너무 좋아서 독립책방을 하게 되었다는 사람들. 하지만 대부분 실제 운영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다. 재정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혹시 책방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점을 꼭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그들은 조언한다.

다양한 책방 주인들을 만나 나눈 대화를 통해 독립책방과 그들이 주로 취급하는 독립출판물에 대해 좀 더 깊게 알 수 있다. 책에 따르면 독립출판물은 ‘다른 책’이지 ‘후진 책’이 아니다. 독자들에게 새로움과 영감을 줄 수 있는 책이다. 다양한 분야의 독립출판물과 독립책방이 기대되는 이유다. 그것들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진다면 금상첨화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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