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의 사람들] 오종혁은 연기와 밀당중..코믹 연기 도전하는 꽃미남
[박진희의 사람들] 오종혁은 연기와 밀당중..코믹 연기 도전하는 꽃미남
  • 박진희 기자
  • 승인 2016.03.16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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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서툰사람들’ 주인공 장덕배 역 맡아 열연

[화이트페이퍼=박진희 기자] 이제는 배우라는 수식이 어색하지 않다. 그가 1999년 그룹 클릭비 보컬로 데뷔했다는 것은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등장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옛날 얘기다. 아이돌이 막 번성하던 시기에 젝스키스, 핑클 소속사에서 내놓은 7인조 아이돌 그룹 클릭비는 멤버 한 명 한 명이 소위 ‘막툭튀(만화에서 막 튀어 나온)’였다. 거느린 소녀 팬의 숫자만해도 상당했다. 그중 오종혁은 단연 돋보였다. 클릭비의 얼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예쁘장한 18세 소년이었던 그는 이제 가수가 아닌 배우가 됐고, 어느덧 35세가 됐다.

17년의 시간은 그를 아프게 했고 동시에 성장시켰다. 성장통이라고 하기에는 길었다. 방황이라고 하기엔 깊었다. 아이돌 그룹이 그렇듯 클릭비도 마치 수순처럼 롱런하지 못하고 흩어졌다. 이후 홀로서기를 해야 했던 오종혁은 여전히 “그때는 정말 힘들었어요”라고 회상한다. 군입대 전인 2008년 뮤지컬 ‘온에어’를 만난 것은 운명이었다. 2년의 군대 생활, 전역… 그리고 2016년 3월 연극 ‘서툰 사람들’ 무대에서 90분을 오롯이 이끌어가는 배우가 되기까지 9년이 걸렸다. 

▲ 첫 코믹 연기 도전, 연극 ‘서툰 사람들’

“제목처럼 모든 게 서툴러요. 진짜 서툰 사람은 나인 거죠”

영화와 연극을 넘나드는 이야기꾼 장진이 희곡을 집필한 연극 서툰 사람들이 막을 올렸다. 2007년 초연 이후 매 시즌마다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은 이 작품에 오종혁이 투입됐다. 주인공 도둑 장덕배 역할이다.

“코믹 연기는 처음이에요. 이번에 서툰 사람들을 하면서 코믹 연기가 진짜 고도의 연기력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정말 어렵네요. 이렇게 어려운 연기를 한 번 하고나면 또 성취감이 생겨요. 그리고 또 나에게 더 어려운 작품에 도전을 하죠. 목표를 정해 놓고 작품에 임하지는 않아요. 매 순간 도전하고 싶은 작품이 생기면 주저 없이 선택을 해요. 어려워서 힘들어 해도 또 해내고, 그 후에 또 다른 도전을 찾는 식이에요”

그도 그럴 것이 ‘코믹소란극’이라는 장르가 붙은 서툰 사람들은 대사도 많다. 특히 장덕배는 90분 내내 무대에서 내려가지 않는다. 순발력과 재치를 요구하는 작품이다. 오종혁과 함께 트리플 캐스팅된 장덕배는 개그맨 김늘메와 이정수다. 상대적으로 수월할 두 사람에 비해 오종혁에게는 적지 않은 중압감이었을 터다.

“서툰 사람들을 시작하면서 ‘어떻게 풀어갈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나는 재치나 순발력이 있거나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막상 연습을 해보니 정말 더 막막했어요. 그런데 상대 배우와 합을 맞추다 보니 역시 연기의 답은 상대 배우에게 있더라고요. 함께 연기 하는 유화이 역의 이주연 배우와 호흡을 많이 맞추게 되는데 역시 상대 배우에게 도움을 받고, 상대 배우에게 도움을 주고 하면서 완성해 나가는 게 연기의 힘이더라고요. 답을 찾은 후에는 부담감도 현저히 줄어 들었어요”

가수 출신, 그것도 팬덤을 거느린 아이돌 가수 보컬 출신인 오종혁이 무대 연기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애초 잠깐의 외도라고 여겨졌던 무대는 이제 오종혁의 밥벌이 터전이자 삶이 됐다.

“연예인이 아닌 배우요. 단지 미디어에 노출되기 위한 활동이 아닌 연기가 좋았어요. 한 작품 한 작품 끝낼 때마다 함께 출연하는 배우, 스태프들과 쌓이는 정이 있어요. 그게 정말 따뜻하고 좋아서 무대를 떠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무대 연기는 나를 성장시켜요. 매 작품이 끝날 때마다 성장해 있는 느낌이 정말 좋아요. 어느새 9년 차 배우라는 말도 듣지만 아직도 도전할 게 많아요. 연기는 좀 더 깊이 있게 배우고 해 나가고 싶어요. 그래서 해 보고 싶은 작품도 많고요. 언제까지 무대 연기를 할 거냐고 묻는다면 연기로 더 이상 쓰임새가 없을 때까지 무대에서 연기하다가 행복하게 내려오고 싶어요. 그게 꿈이에요”

▲ 좋아서 하는 그룹, 클릭비

지난해 클릭비가 재결성했다. 지오디 재결성 이후 90년대 말, 2000년대 초 큰 인기를 끌었던 아이돌 그룹의 재결성인 탓에 주목도 받았다. 장수 그룹 신화가 그렇듯, 재결성한 지오디가 그렇듯, 클릭비의 재결성은 대중에게 뿐 아니라 멤버 각자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

“클릭비를 한다고 해서 지금의 나에게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에요. 아마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경제적인 풍요를 가져다 주는 것도 아니고요. 우리끼리 좋아서 하는 거에요. 클릭비는 리푸레쉬(refresh)죠.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어도 멤버들과 함께 있으면 사라져요. 우리가 모이면 10대 때로 돌아간 것 같아요. 남자 일곱 명이 그렇게 시끄러울 수가 없어요. 사실 다들 30대 중반, 이제는 아저씨들인데 꼭 10대 소년들처럼 천진난만하죠”

그렇듯 클릭비는 멤버들에게 15년의 타임머신이다. 클릭비 멤버였던 그 시절에서 현재는 15년을 뛰어넘어 온 셈이다. 현재에 다시 결성한 클릭비는 15년을 되돌리는 느낌이다. 그 시간이 준 의미만큼 책임감도 무거워졌다. 이제는 시켜서 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가 아니라 스스로 하는 한 사람, 진짜 어른이다.

“클릭비 재결성을 하면서 회사(DSP엔터테인먼트)로 돌아갔잖아요. 회사에도 얘기를 했어요. 나는 신경쓰지 말고 다른 소속 연예인들에게 많이 신경 쓰라고. 그리고 내 활동 계획은 잡지 말아달라고 했어요. 나는 그때 그때 좋은 작품이 있으면 바로 해야 하는데 계획을 잡아 놓으면 틀어질 수 있잖아요”

그것은 이동 방법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밴에 올라타 데려다 주는 대로 가서 무대에 올랐다가 다시 밴으로 돌아오는 그 시절이 아니다. 어느새 오종혁은 작은 가방을 하나 메고 홀로 다니는데 익숙해졌다.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연극 서툰 사람들 연습실로 간다며 인터뷰 장소를 나서던 그는 “아참, 오늘은 매니저 형이 온다고 했지?”라며 머리를 긁적인다. 무대 위에 반짝이는 스타가 아닌, 연기를 하는 사람의 모습을 한 오종혁은 서툰 사람들이 전하는 메시지에 무척 가깝게 있는 사람이다. 인간미, 반짝이던 아이돌 그룹 시절에는 갖고 있지 못하던 그것을 가진 35세 배우 오종혁은 지금이 더 아름답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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