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이트페이퍼=김동민 기자] 우는 건 부끄러운 행동이다. 스스로의 나약함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비참한 일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누군가가 울지 않는다고 해서 그가 강한 사람이라고 볼 순 없다는 얘기가 된다. 영화 ‘울보’는 이러한 울보들의 다양한 모습을 그린다. 거기에는 사소한 일에도 펑펑 눈물을 흘리는 울보가 있고 무감각한 표정을 한 채 마음속으로 우는 울보도 있다. 어떤 이는 날이 선 태도로 타인과 끊임없이 부딪침으로써 눈물을 삼키기도 한다.
새로운 학교로 전학온 고등학생 이섭(장유상)은 내성적인 성격의 모범생이다. 그는 문제아로 낙인찍인 같은 반 친구 하윤(하윤경)과 우연히 가까워지고 하윤을 통해 알게 된 길수(이서준)와도 친해진다. 이섭은 이들과 어울리면서 물건을 훔치는 등 일탈을 겪고 이를 통해 해방감을 느낀다. 그러던 중 이섭은 의도치 않게 위험한 사건들에 휘말리고 두 사람과도 갈등을 겪게 된다.

이섭과 하윤, 길수가 각자에게 결핍된 부분을 서로를 통해 채우는 과정은 인상적이다. 이섭은 끊임없이 책임감을 주입하는 아빠 앞에서 느낄 수 없던 자유를 하윤을 통해 맛본다. 하윤은 자신을 쫓는 이섭에게서 부모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보상받는다. 절도, 폭력 등 온갖 비행을 저질러 온 길수는 이섭과 하윤 사이에서 진정한 우정을 발견한다. 세 사람이 ‘나쁜 어른’ 앞에서 한 편이 되어 싸운 뒤 나란히 눈물을 흘리며 걷는 장면은 이 영화의 정점이다.
그럼에도 울보는 그리 유쾌한 영화가 아니다. 하윤과 길수는 색안경 낀 어른들에 의해 끝내 문제아로 남는다. 이에 반해 이섭의 비행은 한 때의 호기심으로 인한 실수로 치부된다. 그렇게 두 사람과 이섭 사이 현실의 벽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굳건하게 작용한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건 영화 속 세 사람이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이다. 이섭은 이제 아빠의 잔소리에 맞설 수 있게 됐다. 하윤은 혼자서도 엘리베이터를 탄다. 이들은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세 배우의 연기는 실제 고등학생처럼 느껴질 정도로 자연스럽다. 인물을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 또한 이들의 상처를 과장되지 않게 그린다. 메가폰을 잡은 이진우 감독은 이 영화로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 특별언급상을 수상했다. 28일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