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와인드] 핏빛 향연 속 여자아이의 자아찾기, '리얼 술래잡기'
[영화◀◀리와인드] 핏빛 향연 속 여자아이의 자아찾기, '리얼 술래잡기'
  • 김동민 기자
  • 승인 2016.01.13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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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김동민 기자] 수학여행을 떠나는 여고생들을 태운 버스 앞에 기분나쁜 바람이 불어온다. 갑작스레 버스는 위 아래로 두 동강이 나고 버스에 타고 있던 여자아이들의 몸도 그대로 잘려 하반신만 남는다. 그 와중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미츠코(트린들 레이나)는 처참한 모습의 시체 사이에서 절규한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영화 ‘리얼 술래잡기’의 시작은 “소녀들이 ‘칼바람’에 잘려나간다”라는 명제다.

일본 영화계의 이단아 소노 시온 감독 작품답게 리얼 술래잡기는 괴상한 영화다. 수학여행을 떠나던 여고생들도 죽고, 교실에서 수업을 받던 아이들도 죽는다. 미츠코가 향하는 곳곳마다 핏빛 향연이 이어진다. 여기엔 제대로 된 설명도 없다. 무슨 놈의 바람이 사람을 절단낼 정도로 강한지. 아니, 애초에 그들은 뭘 잘못해서 그렇게 죽어나가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기려면 답을 찾으려는 시도는 무의미하다. B급 영화란 게 그렇지 않은가.

영화가 본격적으로 흥미로워지는 부분은 주인공의 이름과 외모가 두 번에 걸쳐 바뀌는 지점이다. 주인공 미치코는 학교에서의 학살(?)을 피해 도망친 뒤 케이코(시노다 마리코)로 변해 있다. 이어 결혼식장에서 혈투를 벌인 뒤 도망치던 중에는 갑자기 이즈미(마노 에리나)가 된다. ‘나’는 틀림없는 그대로의 나인데 거울 속의 내 모습이 자꾸만 변해간다는 설정이다. 예쁘장한 여자아이 세 명을 연이어 만나는 동안 어느새 영화 속 주인공은 어느새 관객의 손에서 벗어나 있다.

영화 속 음침한 분위기의 한 여학생은 미츠코에게 “이 세상은 초현실이야. 초현실과 싸워 이겨”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영화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참혹함을 넘어 차라리 현실적으로 느껴지 않을 정도다. 앉은 자세 그대로 분수처럼 피를 뿜어내는 교복 차림의 하반신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기보단 어이없는 웃음을 짓게 된다. 그러니까 너무 깊은 생각으로 이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은 태도는 아니다. 리얼 술래잡기는 14일 국내 개봉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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